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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공현 대축일 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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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05 조회수217 추천수5 반대(0) 신고

[주님 공현 대축일 전 금요일] 요한 1,43-51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뚜렷한 주관 없이 남에게 끌려서 덩달아 어떤 일을 하는 모습을 일컫는 말입니다. 목적도 의미도 모르고 따라가기에 그 참된 맛을 느끼지 못하고 어영부영 지나가버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 나오는 나타나엘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고 예언자들도 기록한 분을 만났소”라며 예수님을 소개하는 필립보의 말을 건성으로 흘려듣지 않았던 겁니다. 만약 필립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자신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 행실이 가볍고 주관이 없는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보라고 권유했다면 거절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타나엘에게 필립보는 소중한 친구였고, 바르고 뚜렷한 주관을 지닌 진실된 사람, 정말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제대로 식별할 줄 아는 지혜롭고 믿음직한 사람이었기에, 그런 필립보가 그렇게까지 신뢰하며 따르는 분이라면 한 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에 못이기는 척 그를 따라나섰을 겁니다.

 

하지만 필립보를 따라나서면서도 나타나엘의 마음 속에 있는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은 채였습니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적인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지요. 성경에는 메시아의 고향이 유다 땅 ‘베들레헴’이라고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많은 유다인들이 그리스도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야 하며 다윗의 후손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차였습니다. 그랬기에 예수님이 ‘나자렛’ 출신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예수님에 대해 어설프게 알고 있는 잘못된 지식이 그분께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 셈입니다. 그러나 의구심에 사로잡혀 주저앉지 않았기에, 필립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주님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나타나엘을 보시고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필립보가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 이 말씀은 그가 하느님 말씀을 열심히 공부하는 랍비임을 알고 계셨다는 뜻입니다. 당시 랍비들은 올리브나무나 무화과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서 율법서를 공부했는데, 예수님은 나타나엘이 그렇게 공부하는 모습을 오래전부터 관심있게 지켜보고 계셨던 겁니다. 그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으셔서,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그러셨던 거지요. 그리고 나타나엘은 그런 예수님이야말로 세상을 구원하실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그가 기대하고 바란 ‘주님’의 본질은 당신 종 하나 하나까지 사랑과 관심으로 지켜보시며 좋은 점을 인정해주시고 더 잘할 수 있게 격려해주시는 사랑 넘치는 부모의 모습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이렇게 고백하지요.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주님의 사랑으로 마음의 문이 활짝 열려 비로소 그분의 진면목을 알아보게 된 이만이 할 수 있는 진솔한 신앙고백이자 사랑고백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우리에게는 이런 신앙이, 이런 사랑이 필요합니다. 주님을 능력과 조건으로 판단하지 않고 사랑으로 그분의 뜻을 알아보고 순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주님을 진정한 구세주로 맞아들이게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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