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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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1-06 | 조회수260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마르 1,7-11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세례성사 예식 중에 주례 사제가 입교 후보자들의 이마에 부어줄 ‘세례수’를 축성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때 사제는 예식에 사용할 물에 손을 담근 채로 이렇게 기도하지요.
“주님 비오니, 성자를 통하여 이 물에 성령의 힘을 풍성히 부어주시어, 세례로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 속에 묻힌 모든 이가 또한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으로 부활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이 기도를 통해 이 물은 그냥 평범한 다른 물과는 다른, 아주 특별하고 고유한 ‘세례수’가 됩니다. 우리의 간절한 청원을 들으신 성령께서 그 물 위에 내려오시어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을 가득 부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특별한 물로 입교 후보자들의 이마를 씻음으로써, 주님께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죄로 가득한 ‘세속의 나’는 죽고, 하느님을 닮은 그분 자녀로 새로 태어나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는 이런 세례수 축복 예식의 기원과 의미에 대해 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십니다. 이는 아주 센세이셔널 한 ‘대사건’입니다. 하느님이신 분께서 피조물에게 세례를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원죄에 물들지 않으셨고 죄를 짓지 않으신 분께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인간적인 시각으로 볼 때 굳이 하실 필요가 없는 일, 자칫 당신의 ‘품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일을 하신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그리고 우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당신 자신을 정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을 깨끗하고 거룩하게 만드시려고, 그리고 그 물을 통해 우리에게 특별한 은총을 베풀어 주시려고 물 속에 당신의 몸을 담그신 것이지요.
그분이 물 밖으로 나오시자 하늘이 갈라지며 비둘기 형상을 한 성령께서 예수님께로, 이 세상으로 내려오십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하늘 나라의 문이 열리고 우리가 그 나라에 올라갈 ‘길’이 생긴 것입니다. 예수님의 순명과 사랑이 하느님과 우리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가 된 것입니다. 이에 하늘에서 아버지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이는 당신 아들 예수님께 하신 말씀인 동시에, 세례를 통해 새로이 당신 자녀가 될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부족하고 죄많은 우리가 예수님 덕분에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니, 그분께서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으니, 세례 받은 우리는 우리가 받은 은총과 축복에 합당한 사람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은총을 입은 만큼 사랑을 실천하고, 용서를 받은 만큼 자비를 베풀며, 인정을 받은 만큼 하느님의 뜻을 실행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우리가 받은 세례의 은총이 구원으로 완성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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