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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밤을 설친 동방 박사들 / 주님 공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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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07 조회수210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밤을 설친 동방 박사들 / 주님 공현 대축일(마태 2,1-12)


밤마다 걸어온 그들은 길을 떠났다. 동방에서 본 그별이 앞서 가다, 아기가 누운 곳에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에게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서,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


하늘의 별빛이 구세주의 탄생을 알렸다. 그 별이 온 누리를 비추었음에도, 모든 이에게는 구원의 표징은 아니었다. 못된 헤로데에게는 두려움으로, 동방의 박사들에게는 하늘의 지혜를 얻고자하는 기다림으로. 삶에는 대체적으로 이런 두 모습이다. 헤로데는 온갖 수단으로 세상 권력을 탈취해 권좌에 오른 이다. 메시아의 탄생이 위협임을 눈치 챈 그는, 잔꾀를 찾으려 덤볐다.

 

유다인들의 임금‘, 이 말은 당시 정치적 권력을 잡고 있던 헤로데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하늘에 태양이 두 개일 수 없듯이, 유다인들의 임금은 단 하나 헤로데여야 하였기에. 유다의 종교 지도자들은 헤로데에게 그들이 예로부터 기다린 메시아 대망을 짚어 주었다. ‘유다 땅 베들레헴’, 그곳에서 참 통치자가 나와야 한다는 신앙 고백은 헤로데를 대단히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한편 박사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먼 길 마다않고 길을 나섰다. 그들은 구세주의 탄생을 깨닫는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는 그분만을 찾는다. 그래서 그들은 오직 그 믿음으로 별빛을 따라 밤이면 밤마다 걸었다. 그 어둠을 별빛이 인도해 주는 길 따라서. 왕과 박사들은 똑같이 예수님을 찾지만 그 목적은 서로가 달랐다. 이렇게 예수님의 등장은 당시 사회에 혼란을 초래했다.

 

그 못된 여우같은 헤로데는 단지 자신의 권력 유지로 찾았지만, 동방의 박사들은 진리를 찾아 경배하며 선물을 드리려 하였다. 같은 예수님을 두고 한 쪽에서는 원수, 또 다른 곳에서는 진리의 불빛이 된 셈이다. 이처럼 박사들은 기쁘고 행복해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헤로데는 늘 초조와 불안이다. 이는 예수님 등장이 마냥 기다렸다거나, 그렇다고 무관심한 것만도 아니었다.

 

사실 정처 없이 길을 떠난다는 것은 모진 고생과 위험을 받아들이고 이겨 내겠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그렇게 기약 없이 길 떠남은 가진 것을 죄다 버리는 것과 같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고향과 친지 가족을 포기했듯이, 먼 길 나섬은 편안함과 개인의 욕심을 버리는 자기 비움일 게다. 동방의 박사들은 아기 예수님을 만나러 먼 곳에서 밤마다 별의 인도로만 왔을 게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모른다. 이것은 분명히 주님께서 개입하신 사건이다. 그분은 시도 때도 없이 다 개입하신다. 그분 떠난 우리는 없다. 우리도 박사들처럼 물러나지 말고, 발걸음을 주님께 돌리자. 그러면 그분께서는 삶의 별빛으로 답을 주시리라.

 

이렇게 아기 예수의 탄생이 이스라엘 백성만이 아니라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한 것임은 이미 예고된 바다. 박사들의 길 나섬이 이를 드러낸다. 그들이 그 귀한 선물을 들고 광야를 지나 베들레헴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구세주에 대한 간절함이었다. 우리 역시 일상의 여정에서도 그분 찾아 믿음을 택했다. 지금 우리는 어떤 희망으로 큼직한 선물을 움켜쥐고 그분께 경배 드릴까? 오로지 하늘의 별만을 보고 발길 옮긴 박사들처럼, 우리 역시 믿음으로 그분 안에 머물기를 간곡히 청하자. 오직 밤중에만 그 머나먼 길 달려온, 동방의 그 박사들을 꼭 기억하면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동방 박사,별,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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