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08. 주님 세례 축일.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11)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 입니다. 주님의 세례는 예수님께서 누구신지를 드러내주며, 성탄시기와 주님 공현 주간을 마무리해 줍니다. 한편, 주님의 세례는 예수님의 사생활과 공생활을 가르는 기점이 되고, 이제 성탄시기는 끝나고 연중시기로 들어가게 됩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공생활의 시작과 마침에서 죄인의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곧 당신의 마지막 순간에 죄인의 모습으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듯이, 공생활의 시작에서는 죄 없으시면서 죄인이 되어 세례를 받으십니다.
왜일까요? 왜 죄 없으신 분이 죄의 용서를 위한 세례를 받으신 것일까묘?
<마태오 복음>에 의하면, 세례자 요한도 이를 예수님께 물어봅니다.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마태 3,14).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마태 3,15). 여기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라는 1인칭 단수를 사용하지 않으시고, “우리”라고 복수 형태로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우리와 함께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구원은 결코 하느님 홀로 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응답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렇듯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 모두를 당신 구원의 동반자로 초대하십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세례를 통하여, 당신 아들 예수님을 우리에게 구세주로 드러내셨습니다. 이처럼, 세례는 당신 아드님의 장엄한 공현입니다. 곧 예수님께 대한 하느님의 공적인 축성임과 동시에, 만천하에 그분이 구세주이심을 확인받는 장엄한 의식이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뜻을 이루시고자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신 예수님께서는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당신께 내려오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어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요한 1,10)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11)
하늘이 갈라지고 은총이 내렸습니다. 이제 아버지께서는 새로운 시대 왔음을 알려줍니다. 하늘과 땅이 화답하는 일치의 모습 안에서 그 기름부음의 성취는 이루어졌습니다.
오늘, 우리도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아버지의 이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11)
이 선포의 내용은 셋입니다.
<첫째>는 “내 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시편> 2장 7에서 말하듯이, ‘하느님의 아들이신 성자’임을 드러내십니다. 우리 역시 세례로 하느님의 아들이 됩니다. 곧 우리의 세례는 죄를 용서받고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으로의 탄생’됨을 의미합니다.
<둘째>는 “사랑하는 내 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창세기> 22장 2절에서 말하듯이, ‘사랑하는’ 이란 ‘유일한 아들’임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세례를 통하여 ‘사랑받은 존재’, ‘은총을 입은 존재’임을 말해줍니다.
<셋째>는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이사야서> 42장 1절에서 말하듯이, ‘마음에 드는’ 이란 ‘주님의 종’임을 드러내줍니다. 이는 우리 역시 세상 속에서 구원의 협조자로, 제 2의 예수님으로, 구원의 도구로 소명을 지닌 ‘주님의 종’으로 살아가야 함을 말해줍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세례를 받은 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미 그 은총을 입었기에 그 사랑, 그 용서를 베풀며, 성령께서 우리 안에 활동하신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성령의 도우심에 의탁하여 사는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당신께 내려오시는 것을 보았다.”(마르 1,10)
주님!
하늘이 갈라지고 은총이 내리게 하소서.
하늘이 땅에서 열리고 아버지의 음성을 듣게 하소서.
당신 마음에 드는 아들이 되게 하소서.
기름을 부으시고 새로운 시대를 열게 하소서.
사랑받은 존재, 은총을 입은 존재로 살게 하소서.
당신의 영과 함께 아들의 사명을 다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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