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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의 중심과 질서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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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10 조회수364 추천수5 반대(0) 신고

 

-기도와 일-

 

 

어제부터 연중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성탄시기 이벤트도 끝나고 평범한 일상의 시작입니다. 우선 성무일도 찾기가 쉽고 단순해서 좋습니다. 제의 색깔도 한결같음을 뜻하는 초록색입니다. 새삼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깨닫습니다. 새벽 잠깨어 휴게실에 들렸다 게시판을 보니 연합회 수도형제의 부고가 붙어 있었습니다. 

 

두 분다 독일 수도원에 속한 분으로 한분은 1937년생으로 저보다 12세 연상이니 88세로, 한분은 1942년생으로 저보다 7년 연상이니 83세로 선종했습니다. 요즘 대부분이 80-90세 사이에 세상을 떠납니다. 90세 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도 앞으로 남은 햇수로 10년-15년 안팎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어제는 신문에서 80년대 초반 서강대에서 함께 공부했던 인천교구 제정원 신부의 부고도 접했습니다. 40년 전 공부하던 때 본 후 한 번도 못 봤는데 72세로 선종했다는 기사였습니다. 

 

이처럼 살아서가 아닌 죽어서 만나는 경우가 앞으로도 비일비재할 것입니다. 새삼 인생무상과 더불어 살날이 얼마 안 남았음에 하루하루가 참 소중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늘 강조하다시피 삶을 일일일생, 일년사계로 압축한 후 현 시점을 확인해 보면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좌우명 시를 읽으며 삶의 중심과 질서를 잡습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하늘 향한 나무처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덥든 춥든,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하느님 불러 주신 이 자리에서

 하느님만 찾고 바라보며

 정주의 나무가 되어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살다보니

 작은 나무가 이제는 울창한 아름드리 

 하느님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전부 7연으로 된 좌우명 고백기도시로 2012년 수도원 설립 25년 기념감사제 행사때 낭독한 시인데 얼마나 많이 나눴는지 모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읽어보며 삶의 중심과 질서를 잡는 시입니다. 연중시기 제1주간 수요일,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하루 일상이 얼마나 치열한 100% 삶인지 잘 드러납니다. 회당에서 가르침이 끝나자마자 시몬의 병든 장모를 고치시고, 많은 병자를 고치시고, 전도 여행을 떠나십니다. 

 

날마다 가르치시고, 고치시고, 하늘나라 복음을 선포하시는 평범한 일상에 지극히 충실한 삶입니다. 날마다 이런 스승이자 의사이신 주님을 만나 배우고 치유를 받고 복음 선포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우리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주목할 바 예수님 삶의 중심입니다. 삶의 한복판 중심에 위치한 외딴곳에서의 기도입니다. 분주한 일상을 마친 후, 외딴곳에서의 기도가 삶의 리듬처럼 자리 잡고 있음을 봅니다. 참으로 영육이 살기위해 외딴곳에서의 충전은 필수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피정 차 외딴곳 이곳 수도원을 찾습니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저는 밤 12:30분에 잠깨어 기상 후 수도원 외딴곳 집무실에서 강론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밤에도 강론 쓰기를 완성했는데 잠깨니 꿈이었고 참 난감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기도가 끝나자마자 찾는 사람들입니다.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

 

새삼 삶의 중심과 질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예수님의 분별의 지혜가 탁월합니다. 에수님은 결코 군중의 인기에 영합하거나 유혹됨이 없이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시며 삶의 중심과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습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다니시며,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시니 그 모습 얼마나 아름답고 거룩한지요! 어느 한 곳에, 사람들에 집착함이 없이 홀가분하게 성령의 바람 따라 책임을 다하신 후 자유롭게 훌훌 떠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예수님의 시야가 참 넓고 깊습니다. 이 모두가 외딴곳에서의 기도의 힘임을 깨닫습니다. 늘 거기 그 자리에 산같이, 나무같이 정주하는 우리 수도자의 삶이라 해도 내적시야는 주변에 깨어 두루 넓고 깊게 활짝 열려있어야 함을 배웁니다. 오늘 제1독서 사무엘에게서도 우리는 삶의 중심과 질서에 충실한 모습을 배웁니다. 

 

소년 사무엘은 스승 엘리 앞에서 주님을 섬기는 모습이 참 아름답고 거룩합니다. 늘 깨어 주님께 귀 기울여 경청하는 사무엘이었기에 주님의 매번 부르시는 음성을 듣습니다. 급기야 네 번째 주님이 부르시자 엘리가 알려 준대로 대답합니다.

 

“사무엘아. 사무엘아!”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정말 사무엘처럼 이렇게 깨어 주님의 말씀에 경청하며 살고 싶음은 누구나의 영적소망일 것입니다. 사무엘이 자라는 동안 주님께서 그와 함께 계시어, 그가 한 말은 한 마디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했다니, 얼마나 사무엘이 지극 정성 하느님을 섬겼는지 깨닫습니다. 또 사무엘이 하느님 중심의 삶에 얼마나 잘 질서 잡힌 균형과 조화의 삶이었는지 짐작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온 이스라엘은 사무엘이 주님의 믿음직한 예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니 사필귀정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삶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주시어 하루하루 날마다 깨어 당신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며, 기도와 일이 균형과 조화를 이룬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보소서. 당신 뜻을 이루려 제가 왔나이다.”(시편40;8,9).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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