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당신께서 하시고자만 하시면 / 연중 제1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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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24-01-11 | 조회수218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당신께서 하시고자만 하시면 / 연중 제1주간 목요일(마르 1,40-45) 누구나 한 번쯤은, 아니 정말 셀 수가 없을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감상했을 불후의 명작 ‘벤허(Ben Hur)’의 한 장면이 가끔은 예수님 이야기에서 연상된다. 나병에 걸린 유다 벤허 어머니와 여동생이 환자들과 함께 동굴에서 마치 짐승처럼 모여 사는 처참한 모습이다. 그 모녀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랑하는 아들과 오빠를 멀리서 보았지만, 반갑게 포옹도 해 보지 못한 채 눈물 흘리며 숨는 기구한 모습은 차마 잊지 못할 한 장면이다. 결국은 예수님 십자가 사건으로 나병이 말끔히 치유된 해피엔딩이지만, 나병 환자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슬픈 현장일 게다. 그때에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였다. 그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그토록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자신의 아픔을 보아 달란다. 당시는 누구도 그들과 마주할 수 없었고 율법마저 그들을 외면했다. 그런데 그는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는다. 온몸으로 다가가는 애절함이다. 이를 어찌 주님께서 외면하실지? 이 간절한 그 마음이 언제나 기적의 전제 조건이다. “스승님께서는 하시고자만 하시면 저를.” 정말 애틋하고 겸손한 간구이다. 예수님께서는 손을 대시며 말씀하셨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그분께서는 어루만지신다. 그는 감동했고 뜨거움이 온몸을 휘감는다. 병이 낫지 않아도 좋다. 단지 사람대접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치유의 은총이 스민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그를 돌려보내시며 단단히 이르신다. “누구와도 말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만 보이고, 깨끗해진 것과 관련해 예물을 바쳐라.” 그러나 그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퍼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셨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팔방에서 다들 그분께 모여들었다. 이렇게 악령을 추방하시고 병자를 치유하시는 일로 언제나 예수님 주변은 인산인해다. 이처럼 가난하고 악성 질병으로 고통 받던 사람들이 마치 구름처럼 모여든 이유는, 첫째는 예수님께서 마음만 써 주시면 낫지 못할 병이 없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었고, 둘째는 공짜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민초들의 솔직한 처지였으리라. 아무튼 예수님의 이런 치유 능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것은 병자의 고통스러운 처지를 공유하는 연민과 측은지심이다. 하느님의 측은지심이 사랑이라면, 사람에게는 연민이 바로 사랑이리라. 이렇게 다른 이의 아픔과 눈물과 고난의 처지에 공감하고 배려하는, 그 마음과 행동을 우리는 사랑이라 한다. 예수님께서 베푸신 그 치유의 기적, 그것은 바로 병자를 측은히 여기신 그 ‘사랑의 마음’에서 나온 것일 게다. 그렇게 사랑은 측은한 처지에 있는 이에게 손 내미는 것이리라. 그분께서는 우리들에게서 당신 사랑을 발견하기를 간절히 바라신다. 이렇게 사회적 약자가 교회의 소중한 자산이며, 구원에 이르게 하는 안내자이니까. 그들에게서 하느님 사랑이 우리 모두에게 드러날 터이니 말이다. 당연히 죄의 대가로 천벌이라 여겼던 당시의 통념을 무너뜨리고, 예수님은 나병 환자에게 무한의 자비를 베푸셨다. 우리도 그 사랑을 실천해야 할 믿는 이다. ‘하시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나병환자의 그 연민을, 우리가 묵상 속에 늘 새겨야만 하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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