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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 연중 제1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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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12 조회수106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 연중 제1주간 금요일(마르 2,1-12)

 

겨울로 가는 고즈넉한 늦가을에, 하늘을 떼 지어 나는 기러기들 모양은 대개가 삼각형이다. 혼자 나는 것보다 이 모양이 공기저항을 덜 받는다나. 또 삼각 모양의 상승기류로 그리 힘을 덜 드리고 더 난단다. 더군다나 맨 앞의 새는 공기저항에 쉽게 지쳐, 시간을 재가며 다른 새와 자리를 바꾸기도. 그들은 가면서 울음소리를 내는데, 이는 서로 격려하며 특히 맨 앞 새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나. 물론 처지는 새에게는 동료 두 마리가 함께 내려와 회복되도록 돕고, 회복되면 다시 대열에 합류한단다. 이렇게 기러기는 협동심과 우애가 대단히 돈독하다나.


그때에 사람들이 중풍 병자를 데리고 왔다. 그 병자를 네 사람이 들것에 들었는데, 군중 때문에 예수님께 가까이 데려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겨 구멍을 내어, 병자가 누워있는 들것을 달아 내렸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그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마치 고해소에서 신부님이 우리의 믿음을 보시고 우리 죄를 용서해주시는 것처럼 그렇게. 오늘 예수님께서도 중풍 병자의 죄를 본 것이 아니라, 그를 들것에 들고 온 그 네 사람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을 치유해 주셨다. 하느님 권능을 대신해서.

 

사실 예수님께서 계신 카파르나움의 그 집에 수많은 이가 모여들었다. 그때 들것을 든 네 사람이 중풍환자를 데리고 왔지만, 너무 많은 이가 모였기에 그분께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는 것만 보아도 얼마나 많은 이가 모였다는 것을 가히 짐작할 수가 있다. 그래서 지붕을 벗기고 그를 내려 보냈다나. 지붕을 벗기는 그들의 열정, 뚫은 지붕 사이로 내려오는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인내심은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음을 드러낸다. 신앙의 신비다. 그래서 살면서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주위의 작은 도움으로 큰 힘을 얻는다. 마치 기러기들이 하늘을 날아갈 때에 서로 격려하고 어려울 때에 함께하듯이.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 믿음을 보시고 고쳐 주신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중풍 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라고 먼저 선언하신다. 이는 죄의 용서를 먼저 선언하시고 치유하신 것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으로부터 오셨고 죄를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권한을 가지신 분이심을 보여 주신 것이다. 더 나아가 단순히 신체의 자유를 넘어, 죄로부터 해방된 영혼의 자유를 주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보이시는 거다. 우리 역시 고해소에서 하느님을 대신하는 신부님께 진정 우리를 치유하시기를 겸손하게 청하는지 되돌아보자.

 

아무튼 중풍 병자를 들것으로 데려온 이들, 그들이 그 환자의 친척인지 또는 이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붕을 뚫고라도 그 고통 받는 이를 예수님께 데려오는 믿음과 아름다운 사랑 실천의 모습을 본다. 우리도 고통 가운데 있는 이를 도울 줄 아는, 이런 작은 향기를 내는 믿음의 삶을 살자. 예수님의 치유는 병자 스스로 얻을 수 없는 은총이었다. 그 이웃이 없었다면 아마도 치유 받지 못했으리라. 어쩌면 믿음으로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체험한 저들이기에 병자를 예수님께 데려온 이웃이었는지도 모른다. 주는 기쁨은 받는 것보다 더욱 크기에.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들것에 실린 중풍 병자의 그 믿음이 아니라, 들것을 들고 온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는 고치셨다. 네 사람의 정성스런 믿음으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던 그가 온전하게 되살아난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그토록 잘나서 용서받고 의인처럼 산 것은 결단코 아니리라.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서, 부단한 기도와 노력을 했던 것일 게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들것,중풍 병자,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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