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주간 토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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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1-13 | 조회수117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1주간 토요일] 마르 2,13-17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예수님 당시 직업 중 하나였던 ‘세리’는 말 그대로 세금을 걷는 사람입니다. 이스라엘을 식민통치하던 로마인들로부터 하청을 받아 동족들에게서 세금을 걷어 로마 황제에게 바쳤던 겁니다. 이들은 로마 세무 당국에 고용되어 일하는 일종의 ‘계약직’이었는데, 로마 당국에서 그들에게 따로 임금을 지급하지는 않았기에, 그들은 정해진 액수보다 더 걷어들여 알아서 자기 몫을 챙겨야 했는데, 걔중에는 그 정도가 심하여 거금의 차액을 착복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모습이 동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었기에, 세리는 돈밖에 모르는 탐욕의 상징으로 여겨져 따돌림을 받았고, 하느님이 아닌 로마의 황제를 섬긴다는 이유로 죄인 취급을 받았으며, 이방인을 자주 상대해야 했기에 율법적으로 부정한 상태에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상황에서 벗어날 뾰족한 수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부정한 상태에서 벗어나 유다교에서 신앙생활을 하려면 유일한 밥벌이 수단인 ‘세리’라는 직업 자체를 버려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세리 레위에게 예수님께서 가까이 다가가십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미워하고, ‘죄인’ 취급하며, 더럽고 해로운 ‘벌레’를 보듯 피하고 무시하는데, 예수님은 그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슬픔, 절망, 고독을 바라봐주시고 공감해주셨습니다. 동족들은 자신을 이스라엘과 하느님께 민폐를 끼치는 쓸 모 없는 존재로 여겼는데, 예수님은 그런 자신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로, 당신께 소중한 존재로 대해주셨습니다. 자신을 회생불가능한 ‘죄인’ 취급하며 벼랑 끝으로 몰아간 사람들과는 달리, 마음과 영혼이 아픈 사람일 뿐이라고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고 치료해주면 나아질 수 있다고 변호해주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의 사랑이 레위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유일한 생계수단인 세리 자리를 과감하게 내던지고 주님의 뜻을 따르는 제자의 삶을 살기로 결정하고 실행했습니다.
그런 레위의 새 출발을 기념하는 식사 자리에 수많은 동료들과 지인들이 함께 모여 그를 축하하고 격려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도 그 식사 자리에 함께 하십니다. 유다인들에게 있어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하느님 나라를 상징하는 행위입니다. 식사를 통해 서로 기쁨과 사랑을 나누며, 자신들이 하느님 안에서 ‘한 가족’임을 확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랬기에 죄와 부정에 특히 민감했던 바리사이들은 죄인들과는 절대 식사를 함께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기꺼이 그들과 식사를 함께 하십니다. 요르단 강물에 당신 몸을 담가 그 물을 거룩하게 변화시키셨던 때처럼, 죄인들 한 가운데에 들어가시어 당신 사랑과 자비로 그들의 죄를 씻으시어 깨끗하고 거룩하게 변화시키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청하기 전에 예수님께서 ‘먼저’ 용서하셨다는 점입니다. 환자의 병이 위중하여 생명이 위태로울 경우 그가 수술비를 내기 전에 의사가 먼저 수술부터 진행하는 것처럼, 그들에게 먼저 회개해야 용서해주겠노라며 조건을 다시지 않고, 먼저 용서하시고 사랑하신 겁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그들을 변화시켜 주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이 주님께 용서받았음을, 그분으로부터 큰 은혜를 입었음을 삶으로 드러내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병행구절인 루카복음에서 자캐오가 자기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돈을 갑절로 배상한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니 우리도 자신에게 잘못한 이들에게 사과를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니가 먼저 사과해야 용서해주겠노라며 조건을 달아서는 안됩니다. 주님이 나를 먼저 용서하시고 조건 없이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그런 사랑을 통해서만 우리는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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