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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불어(Together) 성화(聖化)의 여정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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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19 조회수457 추천수6 반대(0) 신고

“성소 역시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 과제'이다”

-부름, 따름, 섬김, 배움, 닮음-

 

 

"하느님,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시편51,12)

 

어제 목요일 저녁미사는 왜관수도원의 주세환 프란치스코 새 수도사제가 주례했습니다. 저와 똑같은 수도명 프란치스코입니다. 문득 35년전(1989년 7월11일) 사제서품식 미사때 만감이 교차했던 감동스런 입당성가 445장이 생각났습니다.

 

“내 한평생을 예수님 안에 내 온전하게 그 말씀 안에

 내 결코 뒤를 바라봄 없이 그분만을 따릅니다.”

 

예수님은 “나를 믿어라”, “나를 사랑하라” 한 것이 아니라 “나를 따르라”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께 불림받은 성소자들 모두가 너나할 것없이 주님을 따라 살아갑니다. 주님을 따라 닮아가는 “따름의 여정”은 동시에 날로 거룩해져가는 “성화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혼자의 여정이 아니라 도반 형제들과의 더불어 성화의 여정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당신께서 원하시는 제자 열둘을 부르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십니다. 목적은 그들이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대로 주님의 사명을 위임받은 제자들이자 사도들임을 깨닫게 됩니다. 비단 사도들뿐 아니라 세례성사로 불림받은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신원이 안으로는 주님과 함께 지내는 “제자”요, 밖으로는 복음 선포의 “사도”라는 하나이자 둘인 이중신원입니다.

 

여기서 분명히 알아둘 것은 주님께서 우리를 제자공동체에, 교회공동체에로 부르셨다는 것입니다. 이제 사도들만이 아니라 우리도 혼자가 아닌 형제들과 더불어 주님과 함께 하며 주님을 따르는 여정을 살게 됐다는 것입니다. 또 우리가 주님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를 선택하여 부르셨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이 우선했고 우리는 그 부르심의 성소에 응답한 것입니다. 

 

열두 사도들의 면면이 참 다양합니다. 주님께서 원하셔서 부르셨으니 우리는 몰라도 나름대로 주님의 뜻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성소의 부르심은 은총의 선물이자 신비라 말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다양한 이들이 주님을 공동체의 중심에 모시고 함께 하며 따르기에 가능한 공동생활임을 깨닫습니다.

 

성소는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 과제라 했습니다.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죽을 때까지 살아 있는 그날까지,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따르고 섬기고 배우면서 날로 주님을 닮아가는 평생 성화의 여정입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날마다 부름-따름-섬김-배움-닮음의 성화의 여정을 살아가기에 저는 믿는 이들의 신원을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학인이자 주님의 전사라 칭하곤 합니다.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저야 한다 합니다. 과연 날로 주님을 따라 닮아가는 내면의 얼굴입니까? 주님 앞에 갔을 때 주님은 우리 내면의 얼굴을 검사할 것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닮은 참나의 얼굴인지 말입니다. 참 소중한 내 얼굴이자 이웃의 얼굴입니다. 그래서 날마다 아침, 저녁 거울에 비춰보는 내 얼굴입니다. 참으로 날마다 주님을 닮아가는 내면의 얼굴인지 주님의 거울에 비춰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나중에 남는 얼굴은 둘중 하나일 것입니다. 주님을 닮은 얼굴인가 그렇지 않은 얼굴인가? 평생 삶의 흔적이 배어있는 얼굴이듯 내면의 얼굴도 그러할 것입니다. 날마다 하루하루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따르고 섬기고 배우면서 날로 주님을 닮아가는 거룩한 내면의 얼굴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깨어 하루하루 끊임없이 끝까지 사랑하는 주님을 따르려는 분투의 노력이 우리 삶에 얼마나 본질적이요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여기서 제가 강력히 권하는바 각자 삶의 성경책 “렉시오디비나”하기입니다. 믿는 이들 하나하나의 인생이 미완의 성경책입니다. 하루1쪽씩 써내려가는 내 삶의 성경책, 나이 곱하기 365일 하면 내 삶의 쪽수가 나올 것이고 마침내 죽는 날, 이 내 삶의 성경책을 하느님께 드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자주 틈나는대로 신구약성서와 더불어 내 삶의 성경책을 렉시오 디비나 해보는 것입니다. 과연 주님을 한결같이 잘 따르고 있는 삶인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믿는 이들 모두가 예외없이 성화의 여정중입니다. 일일일생, 일년사계로 압축한 현시점을 살펴보는 것이요 주님의 거울에 나의 내면의 얼굴을 비춰보는 것입니다. 얼마나 주님을 닮았는지, 날로 주님을 닮아가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얼굴인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참 신기한 것이 날마다 평생 바라보는 똑같은 얼굴인데 사진으로보면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가 놀랍니다.

 

2009년 심은 애목들인 수도원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들이 지금은 아름드리 나무가 되었는데 하루하루 볼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나니 이렇게 거목이 되었습니다. 우리 내면의 얼굴도 그러할 것이며 주님은 한눈에 당신을 닮았는지 알아볼 것입니다.

 

어제에 이어 사울과 다윗의 일종의 치열한 권력투쟁의 연속입니다. 둘 다 주님께 불림받은 거룩한 사람들인데 사울은 성소에 불충함으로 이미 하느님께 내침받은 불쌍한 처지에 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하루하루 죽는 그날까지 충실해야 하는 성소임을 깨닫습니다. 이에 필수적인 요소가 끊임없는 기도와 끊임없는 회개로 하느님을 향한 방향을 늘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의 다윗은 성소에 큰 위기를 겪습니다만 분별력의 지혜로 그 큰 유혹을 벗어납니다. 다윗을 쫓다가 다윗 일행이 숨어있는 줄도 모르고 뒤를 보는 사울을 발견한 다윗에게는 사울을 죽일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성소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다윗의 부하들이 다윗을 유혹합니다.

 

“주님께서 ‘내가 너의 원수를 네 손에 넘겨줄 터이니, 네 마음대로 하여라.’ 하신 때가 바로 오늘입니다.”

 

정말 아찔합니다. 부질없는 상상이지만 만약 다윗이 뒤를 보던 사울을 비겁하게 죽였더라면 다윗의 성소 역시 위태했을 것이니 하느님께서도 다윗을 내치셨을 것입니다. 하느님께 “만약?”은 부질없는 상상입니다. 하느님은 지금까지 믿는 이들을 나름대로 최선, 최상의 길로 인도해 주셨음을 믿어야 합니다. 저의 경우만 해도 다시 산대도 이렇게 살 수 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지난 과거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섭리에 맡기고 하루하루 날마다 좋으신 주님을 선택하여 부름, 따름, 섬김, 배움의 삶에 충실하면서 주님을 닮도록 하는 것이 참으로 지혜로운 삶이겠습니다. 삶은 선택이요 행복도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살아갈 때 마지막날 주님께 봉헌할 “이야기(story;스토리)”와 “내용(contents;컨텐츠)” 풍부한 아름답고 거룩한 내 고유의 삶의 성경책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역시 다윗은 판단은 지혜로웠고 그의 인품은 참 멋지고 관대하고 훌륭했습니다. 오늘날 정치가들이 배워야 할 덕목입니다. 다윗은 부하를 꾸짖으며 사울을 치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는 내가 주님의 기름부받은이인 나의 주군에게 손을 대는 그런 짓을 용납하지 않으신다. 어쨌든 그분은 주님의 기름부은받은이가 아니시냐?”

 

새삼 성소의 신비를 묵상하게 됩니다. 이웃의 성소를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주며 그들의 성소에 대해 왈가불가하지 말아야 함을 배웁니다. 하느님만이 아시는 각자 고유의 성소이기에 자칫하면 주님의 권한을 침해하는 건방지고 교만한 어리석은 무지의 행위가 되겠기 때문입니다. 이런 다윗의 지혜롭고 관대한 처사가 사울을 회개하게 했고, 그 감동적인 내용은 제1독서 후반을 아름답게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결국은 다윗의 영적 승리요 주님의 신뢰와 더불어 그의 성소도 더욱 굳건해졌을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의 형제 도반들과 더불어 성화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 믿는 이들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평생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따르고 섬기고 배우면서 날로 주님을 닮아가는 성화의 여정중인 우리들입니다. 우리의 성소는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 과제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깨어 정성을 다해 내 고유의 삶의 성경책을 잘 써가도록 합시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실 것입니다.

 

"주 하느님은 나의 힘.

 그분께서는 내 발을 사슴같게 하시어

 내가 높은 곳을 치닫게 하시나이다."(하바3,19).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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