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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광불급(不狂不及)-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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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20 조회수359 추천수5 반대(0) 신고

 

“제대로 미치면 성인, 잘못 미치면 폐인”

 

 

“주님, 당신 얼굴을 비추소서.

 저희가 구원되리이다.”(시편80,4ㄴ)

 

미치지 않고 살 수 없는 희망도 길도 보이지 않는 참 재미없는 어둡고 험한 광야같은 세상입니다. 제대로 미쳐야 하는데 중독등 잘못 미쳐 폐인이 괴물이 되니 문제입니다. 기상하면 맨먼저 열어보는 교황님 홈페이지입니다. 1936년생이니 우리나이로하면 저보다 13세 많은 89세 고령입니다만 정신력으로하면 60세라 합니다. 교황님의 어제 하루 일과도 정말 가득찬 하루였습니다. 개인이든 일행이든 만날 때 마다 꼭 메시지나 말씀이 뒤따르는데 어제 하루만도 네 번의 접견이 있었습니다.

 

1.일치주간을 맞아 핀란드의 교회일치그룹들(개신교, 가톨릭, 정교회)을 만나 “순례자 교회(a pilgrim Church)”로서 더불어 여정중인 이들에게 “성인들은 일치의 원천”임을 역설했습니다.

2.수백명의 가톨릭대학 당국자들을 만나 “계속하여 지혜와 인간성을 함양할 것”을 격려하셨습니다.

3.1963년 댐의 붕괴로 2000명 가량이 죽었던 이태리 북부 교구내 신자들 백여명의 방문객들에게는 “여러분은 부활을 증거해왔다”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4.카차흐스탄 대통령과의 만남.

5.콜롬비아 대통령과의 만남.

교황님의 하루 일상이 너무 경이로워 구체적으로 출력하여 열거해 봤고 후에 내용들은 읽을 계획입니다.

 

“제대로 미치면 성인이요 잘못 미치면 폐인”이란 자주 언급한 말이 생각납니다. 교황님이야말로 불경스럽긴 하지만 제대로 미친 살아 있는 성인임이 분명합니다. 89세 고령의 나이에 미치지 않으면 이렇게 한결같은 열정으로 사시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단 두절로 아마도 매일미사 복음중 가장 짧을 것입니다. 다음 구절에 집중한 강론 주제도 언제나 대동소이합니다. 앞절은 얼마나 분주한 예수님의 일상인지 군중이 계속 모여들어 예수님 일행은 음식을 들 수 조차 없었다 묘사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친척들이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잡으려 나섰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미쳤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정말 예수님의 행태는 정상인들 시각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면이 너무 많았을 것입니다. 여기서 문득 떠오른 “불광불급(不狂不及);미치지 못하면 미치지 못한다, 미쳐야 미친다“-제대로 미치면 성인, 잘못 미치면 폐인” 이라는 오늘 강론 주제입니다. 저역시 한밤중 12시 넘어 기상하여 강론을 쓰는 지금은 01:40분 정상인들의 생각에는 미친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그러고보니 거의 날마다 미쳐서 쓰는 강론이네요. 예전 약 50년전 초등학교 교사시절 온 열정을 다 쏟을 때 선배교사의 충고(?)에 드린 답변도 생각이 납니다.

 

“이 선생,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 좀 쉽게 살수 없어.”

“저에겐 이렇게 사는 것이 쉬운 생활인데요.”

 

사실이 그러했습니다. 지금은 하느님이 저의 사랑 전부였다면 20대 후반의 청년교사시절의 저에겐 아이들이 저의 사랑 전부였습니다. 한마디로 사랑에 미친 삶이지요. 이래서 저는 자주 되뇌이곤 합니다. 제대로 미치면 성인이요 잘못미치면 폐인이나 괴물이라고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미칠 가능성이 많습니다. 미칠 광자가 들어가는 말마디들, 광기狂氣, 광증狂症, 광분狂奔, 광신狂信, 광폭狂暴등 많습니다.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기위해선 정말 영적훈련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미쳐사는 것이 정신 건강, 영혼 건강에 필수입니다.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달인이나 장인, 대가 역시 제대로 미친 경우일 것입니다. 제대로 미친 경우에는 예수님을 비롯한 교회의 모든 성인들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여기 사는 수도자들도 역시 제대로 미친 경우에 해당될 것입니다. 참으로 제대로 미쳐야 온전한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참 거칠고 험한 생존경쟁 치열한 각자도생, 약육강식의 비정한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보십시오, 광야여정 세상살이에 제대로 미친 사람들보다 잘못 미쳐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그래서 저는 자주 강조하는 바 세 유형의 인간 군상들입니다. 제대로 미친 성인들의 온전한 사람들과 희망을 잃고 온갖 중독으로 폐인이나 괴물이 된 사람들 셋으로 분류해보곤 합니다. 

 

요즘 스마트톤중독 환자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다들 알게모르게 이런저런 중독으로 미쳐가는 폐인이, 괴물이 되어가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이념에, 종교에 중독되어 광신이, 맹신이 되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앞으로 1인가구의 증가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 아득한 예전 사막교부 성 안토니오 압바의 일화도 생각이 납니다. 그대로 오늘의 현실에 대한 예언같아 섬찟한 느낌도 듭니다.

 

-안토니오 압바는 말했다. ‘사람들이 미쳐갈 때가 오고 있다. 그때 사람들이 미치지 않은 어떤이를 볼 때 그들은 그를 공격하며 말할 것이다. “너는 미쳤다. 너는 우리와 같지 않다.”’-

 

문득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 “벌거벗은 임금님”(사치와 허영에만 들떠 사는 사람들의 허망한 삶을 꼬집는 재밌는 안델센의 동화) 예화도 생각납니다. 모두가 정상적이 아닌 비정상적 미친 인간 현실을 빗대 예화들입니다. 정말 정상인이 비정상인처럼 생각되는 세상이라면 이것은 미쳐가는 세상임이 분명합니다. 새삼 온전한 인간으로 깨어 살기 위한 분투의 노력이 있어야 함을 절감합니다.

 

어제에 계속 이어지는 오늘 제1독서 다윗의 일화가 감동적입니다. 오늘부터는 사무엘 하권의 시작으로 사울과 요나단의 전사에 슬퍼하는 다윗의 모습이 참 인간적이다 싶습니다. 주님의 전사로 치열히 살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사울과 요나단입니다. 다윗의 애가가, 조가가 심금을 울립니다. 

 

“어쩌다 용사들이 쓰러졌는가? 사울과 요나탄은 살아 있을 때에도, 서로 사랑하며 다정하더니, 죽어서도 떨어지지 않았구나, 그들은 독수리보다 날래고, 사자보다 세었지... 어쩌다 용사들이, 싸움터 한복판에서 쓰러졌는가? 

요나탄이 네 산 위에서 살해되다니! 나의 형 요나탄, 형 때문에 나의 마음이 아프오. 형은 나에게 그토록 소중하였고, 나에대한 형의 사랑은, 여인의 사랑보다 아름다웠소. 어쩌다 용사들이 쓰러지고, 무기들이 사라졌는가?”

 

이런 극한의 슬픔속에서도 다윗이 내적으로 무너지거나 미치지 않을 수 있음은 그의 깊은 하느님 중심의 믿음과 삶 덕분이요 요나탄과의 깊은 우정 덕분임을 깨닫습니다. 사울 아버지에게는 효자였고, 다윗에게는 친구였으니 요나탄은 주님의 훌륭한 전사임은 물론 참된 인간의 전형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늘 되뇌이는 말도 생각이 나네요. 

 

‘본의 아니게 치매나 노환으로 품위를 상실하고 요양원에서 세상 떠나는 노년인생들은 얼마나 많은가! 주님의 전사로서 객사가 사고사가 병사가 아니라 싸우다 죽어야 전사다, 일하다가 기도하다가 공부하다가 즉 영적전투중에 살다가 전사했으면 소원이겠다.’

 

주님의 전사답게 살다가 은총으로 깨끗한 전사라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평상시 영혼 건강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어제의 깨달음에 감사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영적 주식과도 같은 찬미와 감사의 미사와 시편성무 공동전례기도의 규칙적 평생 수행이 영혼의 치유와 건강에 얼마나 고마운지 어제는 수도형제들과 힘차게 시편을 노래하면서 통감했습니다. 

 

공동체 소속 욕구는 본능적이요 참으로 건강한 욕구입니다. 가톨릭교회야 말로 진정 힐링의 종교요 힐링의 센터요, 온갖 중독의 해독에, 영혼 치유와 건강에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 노래보다 더 좋은 수행은 없음을 어제 참 깊이 깨달았습니다. 최고의 법이요 희망이자 사랑이신 그리스도 예수님과 일치를 실현시켜주는 전례은총이 참으로 영혼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시간되시면, 176절까지 계속되는 가장 긴 시편 119장(주님의 법)을 묵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풍요롭고 좋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요 빛이요 정의요 말씀이요 계명이요 하느님의 법으로 계시됩니다. 온전한 치유에 건강의 구원은 그리스도와의 일치뿐입니다. 공동체가 붕괴되어 가는 1인가구 시대에 고독하고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은 앞으로 더욱 가톨릭의 공동전례기도를 찾을 거란 예감도 듭니다. 

 

참으로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참 좋은 최고의 선물이 가톨릭교회의 미사일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참으로 우리 모두 영적 건강의 온전한 삶을, 영적승리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천사들 보다는 못하게 만드셨어도,

 영광과 존귀의 관을 씌워 주셨나이다."(시편8,6).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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