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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주일 나해, 하느님의 말씀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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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21 조회수307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3주일 나해, 하느님의 말씀주일] 마르 1,14-20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자신 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지오디가 부른 <길>이라는 곡입니다. 이 노래는 삶이라는 여정을 걸어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근본적인 질문, 즉 내가 지금 걷는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는지, 이 길을 왜 걸어가야 하는지,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셨나요? 아직 못 찾으셨다면 오늘의 독서와 복음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함께 그 답을 찾아가보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 말씀은 신앙의 길, 구원의 여정을 걷는 우리가 어디를 향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먼저 제1독서에서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구원의 여정을 걷기 위해 중요한 것은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잡는 일입니다. 자신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채, 그저 남들보다 빨리 가는데에만 신경쓰다보면 엉뚱한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가장 먼저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목적지를 확인하고 삶의 방향을 똑바로 잡아야 합니다. 혹시 자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면, 즉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길에서 벗어나 올바른 방향으로 돌아서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방향전환’을 ‘회개’라고 부릅니다. 교만에서 겸손으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집착에서 나눔으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독선에서 배려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고집에서 순명으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요나 예언서에 등장하는 니네베 사람들이 그랬지요. 그들은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는 요나 예언자의 말을 듣고 그 동안 행해왔던 잘못들을 즉시 중단했습니다. 단식을 선포하고 자루옷을 입는 등 재계를 실천함으로써, 악한 길에서 벗어나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대로 살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렇게 그들이 잘못된 길에서 마음을 돌려 하느님을 향하자, 하느님께서도 그들의 죄악을 보고 실망하여 등을 돌렸던 당신 마음을 다시 그들에게로 되돌리셨습니다. 그들을 심판하시려던 원래의 계획을 파기하시고, 그들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기로 결정하신 겁니다. 당신께서 하신 말씀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하느님이 무능하거나 혹은 줏대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하느님은 괘념치 않으십니다. 당신의 뜻은 그들이 회개하여 구원받는 것이지, 그들을 벌주고 멸망시키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예언자들을 통해 멸망과 심판을 예고하신 것도 진짜 그렇게 되기를 바라셔서가 아니라, 그 말씀을 듣고 자기 잘못을 뉘우치며 회개하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그런 하느님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고 행한 이들만이 구원받을 기회를 잡게 되는 겁니다.

 

한편 오늘 복음에서는 어렵사리 하느님께로 방향을 돌린 우리가 하루 하루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구체적인 실천사항과 목표를 알려줍니다.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향하기로 다짐했다면, 그대로 가만히 서 있을 게 아니라 ‘나를 따라오너라’라는 주님의 부르심에 순명하여 그분 뒤를 따라가야 합니다. 자전거의 페달을 밟지 않고 가만히 서 있으면 균형을 잃고 넘어지듯, 주님과 한 배를 탔음에도 하느님 나라를 향해 실천이라는 노를 젓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신앙이라는 배는 유혹과 시련이라는 세상의 파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깊은 절망과 멸망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어부들이 주님의 부르심에 즉시 응답하여 그분 뒤를 따른 것도 그래서입니다. 가장 처음 부르심을 받은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 다음으로 부르심을 받은 야고보와 요한은 자기 아버지마저 배에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어부에게 그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주님을 따르기 위해 그런 그물을 버렸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이루고자 했던 모든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주님께 온전히 의탁했다는 뜻입니다. 모든 희망을 주님께 두고, 그분의 희망을 곧 나의 희망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합니다. 또한 아버지를 배에 버려두고 떠난다는 것은 믿음 안에서 주님과 한 가족을 이루기 위해 ‘혈연’과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애착마저 과감하게 끊어내겠다는 결단을 드러내는 행동입니다. 그로 인해 큰 슬픔을 겪고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까지 받게 되겠지만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그 모든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야만 하지요.

 

주님은 그렇게 당신을 따르는 이들을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욕망을 절제하고 끊어내기가 너무나 힘들다고 하지만, 우리 삶이 진짜 힘들어지는 이유는 우리가 욕망에 지배당하기 때문입니다. 베드로와 다른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갈 때가 그랬지요. 그들은 자기보다 더 많은 물고기를 잡는 이를, 큰 배를 소유하고 많은 일꾼들을 거느리며 떵떵거리고 잘 사는 다른 어부를 부러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들을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어 주십니다. 물고기를, 욕망과 집착을 낚는다면서 오히려 그것들에 얽매이는 불행한 삶에서 벗어나, 사람을, 삶의 참된 의미와 기쁨을 낚는 행복한 삶으로 초대해주신 겁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 안에서 삶의 참된 의미와 기쁨을 깨닫고 나면, 물고기나 낚는 세상의 일은 더 이상 나에게 중요한 일이 되지 못합니다. 남과 나를 비교할 일도,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할 일도 없이 주님 사랑 안에서 참된 행복을 누리며 살게 됩니다. 주님은 그런 복된 삶으로 그 어부들을 부르셨고, 지금 우리를 부르고 계시는 것이지요.

 

주님의 뒤를 따르며 그 복된 삶을 누리려면, 물고기를 낚는 어부에서 사람을 낚는 사도로 변화되려면, 쓸 모 없는 것, 해로운 것은 과감하게 내버리고 정말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을 꼭 붙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신자분들이 이 식별과 선택을 제대로 못하십니다. 이른 바 ‘님도 보고 뽕도 따고’식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따라야 함을 알지만 세상이 주는 즐거움과 이익 또한 포기할 수 없어 적당히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그런데 계속 그런 식으로 주님과 세상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구원의 여정을 마치기도 전에 다리가 찢어져 모든 걸 잃고 말겠지요. 그러니 주님을 따르는데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지금 즉시, 가차 없이 버려야 합니다. 내가 버려야 할 ‘그물’과 ‘배’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두려움과 걱정을 버려야 합니다. 나태함과 안일함을 버려야 합니다. 우유부단함과 비겁함을 버려야 합니다. 거짓과 위선을 버려야 합니다. 욕심과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고집과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하나씩 버리고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주님을 따르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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