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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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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25 조회수523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마르 16,15-18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미국에서 서품을 받은 어떤 선배 신부님이 겪으신 일입니다. 그 신부님이 신학생 시절 교구장님과 개인적으로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평소에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신학생 양성에 관한 의견을 이렇게 질문했다고 합니다.

 

“주교님, 복잡하고 까다로운 신학교의 규칙을 조금 완화하여 적용하면 더 많은 신학생들이 사제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교구에도 이로운 일 아닐까요?”

 

그러자 교구장님이 이렇게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열 사람의 불성실한 사제는 교회를 병들게 합니다. 열 사람의 교만한 사제는 공동체에 깊은 상처를 줍니다. 열 사람의 욕심 많은 사제는 교회를 분열시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의 불성실과 교만 그리고 욕심을 비난하셨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도 그들의 가르침은 따르더라도 그들의 행동은 본받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성실한 사제는 교회를 성장시킵니다. 한 사람의 겸손한 사제는 공동체에 큰 위로를 줍니다. 한 사람의 청빈한 사제는 교회를 그리스도와 일치하게 합니다.”

 

참으로 공감되는 말씀입니다. 이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변화시키기 위해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제를 배출하느냐가 아닐 겁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제가 얼마나 ‘사제답게’ 사느냐,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그분의 참된 제자로 얼마만큼 변화되느냐가 더 중요하겠지요. 우리가 오늘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지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가 주님을 적당히 따르는 그분의 수많은 제자들 중 하나였다면 가톨릭 교회에 이토록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을 겁니다. 그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율법을 따르던 바리사이였기에 주님께서 주신 새로운 계명을 따르기로 마음을 바꾼 그의 결심이 보다 의미있는 겁니다. 그가 그 누구보다 가혹하게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던 박해자였기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으로 이방 민족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한 그의 선택이 보다 가치있는 겁니다. 부딪히는 힘이 클수록 그 ‘반동’도 커지는 법이지요. 당신에 대한 그의 크나큰 미움을 그보다 더 큰 사랑으로 되돌리시어 사랑의 사도로 삼으신 주님의 섭리는 생각할수록 참으로 오묘하고도 놀랍기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회심’을 기억하고 기념합니다. 그가 자기 마음을 주님께 되돌리고 자기 삶을 사랑으로 되돌려 온 세상 모든 민족들이 어둠에서 빛으로, 무지에서 진리로, 미움에서 사랑으로, 선 자체이신 하느님께로 ‘돌아서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회심은 ‘방향전환’입니다.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온전히 하느님을 바라보며 그분을 따르는 모습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그 변화의 폭이 크고 어려울수록,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 주는 울림도 크지요. 그래서 하느님이 부족하고 약한 우리를 당신 곁으로 불러주신 겁니다. 그런 하느님의 큰 사랑을 생각한다면, 나의 마음과 삶을 그분께로 되돌리는 ‘회심’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즉시 실행해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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