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5 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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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4-02-03 | 조회수479 | 추천수11 | 반대(0) |
2019년 8월 21일에 서울에서 뉴욕으로 왔습니다. 교구에서 저를 ‘가톨릭평화신문 미주지사’로 파견하였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뉴욕에서 지내면서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소셜넘버(SSN)를 받고, 운전면허증을 땄습니다. 말 그대로 따는 것입니다. 뉴욕은 한국에서의 운전면허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필기, 실기 시험을 보아야 합니다. 은행 계좌를 열면서 뉴욕에서의 첫 출발은 순조롭게 시작되었습니다. 전임 신부님의 열정적인 홍보 덕분에 신문사의 재정도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을 준비하면서 야심차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볼리비아에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LA에 있는 여행사 대표와도 일정을 조율하였습니다. 2달에 걸친 신문홍보 일정을 만들었습니다. 사순특강과 신문홍보를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버지니아, LA, 밴쿠버를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LA에는 한인성당이 많기에 세 성당에서 홍보 및 강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꿈에 부풀게 2020년을 시작하였습니다. 장밋빛 인생이 제게도 시작되는 것 같았습니다. 뮤지컬도 보고, 박물관도 가고, 센트럴파크도 걸었습니다. 뉴욕이 저를 환영하는 것 같았고, 저도 뉴요커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주사위는 사람이 던지지만 결정은 하느님께서 하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욥은 이렇게 자신의 신세를 이야기합니다. “인생은 땅 위에서 고역이요 그 나날은 날품팔이의 나날과 같지 않은가?” 하느님께 충실했고, 가족을 사랑했고, 이웃에게 기꺼이 나누었던 욥은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욥에게 시련은 스나미처럼 밀려왔습니다. 재산을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리고, 건강까지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니 누가 보아도 하느님께 버림받은 사람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욥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좋은 것을 주셨음에 감사드렸다면, 나쁜 것을 주실지라도 감사드립니다.” 부푼 꿈을 안고 2020년을 시작한 제게도 시련이 스나미처럼 밀려왔습니다.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의 스나미입니다. 2020년 2월 한국은 코로나가 열병처럼 퍼져나갔습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미국에 있는 저를 부러워하였습니다. 그러나 발 없는 코로나는 1달이 못 되서 뉴욕으로 건너왔습니다. 2020년 3월 13일 미국은 사회가 문을 닫았습니다.(Lockdown) 박해의 시기에도 계속되었던 미사가 중단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신문홍보와 사순특강도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그해 9월 10일 어머니가 하느님의 품으로 갔습니다. 멀리 뉴욕에서 어머니를 위해 미사를 봉헌하며 기도해야 했습니다. 교황님은 3월 27일 사순 제4주일 금요일 저녁, 코로나19 대유행의 시기에 특별 기도를 주례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홀로, 두려워하지 말고 주님께 자신을 의탁하도록 인류를 초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교황님은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로, 그 어떤 것도, 그 누구도, 구원자이신 주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낼 수 없도록, 우리가 치유되고 그분의 품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황님의 기도를 보면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듯이,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코로나의 스나미도 지나가리라 믿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지만 우리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개발, 발전, 성장, 자본’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인류가 잠시 멈추어 있는 동안 공기는 깨끗해졌고, 더불어 사는 생명은 풍부해졌고, 자연은 회복되었습니다. 일상의 소중함과 일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이 행복이었습니다. 가족과 친구와 차 한 잔 마시면서 대화하는 것이 행복이었습니다. 형제들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습니다. 동료사제들과 함께 하면서 코로나의 스나미를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신문홍보를 할 수 없을 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게 브루클린 한인성당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2020년 8월에 브루클린 한인성당에서 주일미사를 해 줄 수 있는지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생각해보면 브루클린 한인성당 공동체와 함께한 시간들은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커다란 선물이었습니다. 제가 뉴욕에서 5년 동안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브루클린 한인성당 공동체의 기도와 사랑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을 감사드립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 미사를 끝으로 댈러스 한인성당으로 갑니다. 어디에 있더라도 브루클린 한인성당 공동체를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다니시며,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셨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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