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어쩌면 우리도 현대판 코르반을 / 연중 제5주간 화요일
이전글 이전 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예수고난회 박태원 신부님의 [2월 6일] 살아있는 매일의 지혜(거룩한 사랑의 젖) |1|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06 조회수318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어쩌면 우리도 현대판 코르반을 / 연중 제5주간 화요일(마르 7,1-13)

 

우리도 이제 고령화 시대에 산다. 이미 노인네 된 칠십 대가 부모님도 모신다. 허나 많은 이가 이런저런 핑계로 나이 드신 부모님 모시는 걸 피하려든다. 그러면서 자기 자식에게는 꼼짝 못하고 매여 산다. 몸이 아픈 황혼의 어느 자매님이 늙으신 시어머니 모시는 게 너무 힘이 든다나. 우리 삶의 한 단면이다. 부모님 공경은 세월이 흘러도 변할 수 없는 자식의 도리다. 황혼에도 많은 어려움 이기며 부모님 공경하는 분들의 효도는, 석양보다도 더 아름답기만 하다.

 

십계명의 첫 세 계명은 하느님 사랑이고 나머지 일곱은 사람 사랑이다. 이렇게 십계명은 사랑하라는 거다. 사람 사랑의 첫 번째는 부모 공경이다. 부모를 공경하는 게 이웃 사랑의 첫걸음이라나. 부모님 공경의 교회 가르침은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를 욕하는 자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라며 정말 엄격하다. 그런데 일부 유다인들은 부모님께 돌아갈 몫이 아까워 그것을 코르반공양이라고 선언했다나. 이는 하느님께 바칠 예물이니, 부모님에게 드릴 몫이 아니라나.

 

즉 그것은 일반인은 사용 못하고 반드시 성전에만 바쳐야 한단다. 이 코르반 서약은 부모님을 모시지 않으려는 의도도 다분히 있었다. 이는 의당 부모님 공경의 계명을 저버리는 거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꾸짖는다. “너희는 거짓 전통을 명분삼아 하느님 말씀을 폐기하는 못된 짓들을 너무 많이 한다.” 율법이 인륜을 저버린 짓이라며, 그들을 엄히 지적하셨다. 오늘날에도 교회가 화려한 성전을 지어 놓고 주님을 위한 봉헌이라면서, 실제는 가난한 이들에게는 위화감만 안긴다. 이처럼 가진 자만의 교회로 만든다면, 이를 두고 현대판 코르반이라 할 수도 있다.

 

우리도 기도할 때 주님, 사랑합니다. 제 것은 다 주님의 것입니다!’ 라면서 가난한 이에게 인색하면 이 또한 그분에게 가면을 쓰는 격이 될 게다. 교만과 위선에 갇힌 인간으로는 절대 드릴 수 없는 기도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내 주변에는 겉과 속이 너무 다른 이들을 종종 만난다. 믿었던 이에게 사기당하고 가까운 이의 숨겨진 추악함과 가식에서 우리는 자괴감을 맛본다. 그런데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시고 한결같은 사랑과 자비를 보여 주시는 그 이유는? 그것은 우리가 하느님 모습으로 창조되어, 우리 안에 당신 닮은 모습을 심어 주셨기에. 그러기에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전통이 그분 모습을 닮으려할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닐 게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율법의 정신이 하느님의 자유와 평화로 향하게 하지 않고, 우리가 만든 거짓 율법의 형식 안에만 가두려는 위선적 태도를 엄히 비난하신다. “너희는 오직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나를 헛되이 섬긴다.” 라며 전통이라는 이름에 갇혀 형식주의나 교회의 사업에만 몰두하는 것을 호되게 비판하신다. 이는 오늘 우리에게도 정작 상처받은 이들의 치유에 무관심해진 것이 아닌지를, 주의 깊게 되돌아보게만 하리라.

 

이렇게 예수님은 바리사이와 율법학자의 이 코르반 서약의 악용을 심히 꾸짖었다. 자신의 것을 약자나 의당 연세 드신 부모님께 드리는 하느님 자비를 실천하지 않고, 오히려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했기에. 곧 코르반 제도를 종교적 가면을 쓰고 정작 자신의 체면만 몽땅 챙기려했기에. 우리도 말로만 거창하게 치장하면서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코르반을 외친 저들과 어쩌면 하등 다를 바 없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신앙생활 태도는 어떠한지? 겉치레인 형식만 신앙인이지, 내용은 속세의 계산에만 얽매인 것은 아닌지를 곰곰이 되새겨 봄 직하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코로반,부모 공경,봉헌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