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나해 사순 제1주간 월요일 <하느님께서 마지막에 심판하셔야만 하는 이유> 복음: 루카 9,22-25
LORENZETTI, Pietro 작,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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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은 이들은 당신도 그렇게 대한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람은 사람이고 예수님은 예수님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주신 선물을 생각하면 그 말씀이 맞습니다. 그 선물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타이완의 유명 인터넷 개인 방송 진행자, 첸넝추안 씨는 지난 12일 캄보디아 남부 시아누크빌에서 생방송을 진행했습니다. 많은 타이완 청년이 납치 감금, 장기 적출 등의 피해를 본 국제 인신 매매 조직의 본거지를 찾아 잠입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군복을 입고 총을 든 사람에게 들켰고, 붙잡히는 장면은 고스란히 생중계 됐습니다. 방송은 그대로 중단됐고 첸 씨 가족들이 급히 나서 연락이 두절 됐다며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첸 씨는 몸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모습으로 다음날 방송에 등장했습니다. 전기 고문과 심한 구타를 당한 뒤 가까스로 탈출했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건은 크게 회자 됐고, 캄보디아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틀 만에 고문, 구타 사건은 자작극으로 드러났습니다. 첸 씨가 동료 한 명과 함께 군복과 가짜 총, 대본 등을 준비해 조회수를 올릴 목적으로 가짜 영상을 찍었던 겁니다. 현지 경찰 브리핑에 수갑을 차고 나온 이들은 뒤늦게 사과하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캄보디아 1심 법원은 사회 불안 조장과 국가 이미지 훼손 혐의로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형이 확정되면 현지에서 형기를 채운 뒤 추방될 예정인데 타이완에선 동정론보다는 국제적 망신이란 반응이 많습니다. 왜 타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게 자국의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게 될까요? 왜 대부분의 타이완 사람이 부끄럽다는 반응을 나타냈을까요? 우리도 마지막 때에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으면 이런 심판을 받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다른 나라를 존중하지 않으면 자기 나라도 존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왜냐하면 나라의 이미지는 그 사람이 살던 나라가 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어른들을 무시하면 그것은 그 부모도 그런 존재임을 보여주는 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양과 염소로 나뉘는 최후 심판 이야기입니다. 양은 자신도 모르게 가난한 이들을 예수님 대하듯 살았고 염소는 자신도 모르게 가난한 이들을 무시하며 살았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사랑은 정체성에서 나옵니다.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이는 부모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이유는 자신이 부모라는 정체성 때문입니다. 부모는 당신 사랑으로 자녀에게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자신이 부모로부터 당연히 받아야 했던 그 존중을 받을 대상임을 압니다. 다른 사람을 볼 때 사람으로 보이게 된 것은 모두 부모의 덕분입니다. 다른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대하는 것은 그래서 부모에게 보답하는 일이 됩니다. 반면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으면 부모도 무시하는 것이고 모든 사람을 하느님 자녀로 대하지 않으면 그리스도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부모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이웃에게 잘 대할 수 없고 이웃을 무시하는 사람이 부모를 존중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이웃을 대하는 자세는 부모에게 받은 정체성 때문이고 부모를 존중하면 그 선물을 무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씨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성장한다.” 내가 이웃을 대하는 자세가 곧 부모의 인성을 보여줍니다.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부모는 이 정체성을 주기 위해 피와 땀을 흘렸습니다. 좋은 부모에게서 나쁜 자녀가 나올 수 없습니다. 부모는 좋은데 그 아이의 인성이 나쁘다면 그는 분명 다른 이를 부모로 선택한 것입니다. 성장하는 동안에야 괜찮겠지만, 끝까지 부모의 수준까지 사랑이 성장하지 않는다면 부모는 결국 그를 자녀로 인정할 수 없게 됩니다. 자기 자녀를 모기와 함께 살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양과 염소가 나누어집니다. 먼저 우리가 하느님 자녀임을 믿어야 합니다. 그러면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 모든 만물을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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