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비루먹은 강아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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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대군 | 작성일2024-03-03 | 조회수82 | 추천수0 | 반대(0) 신고 |
50년도 더 지난 네 살 무렵의 옛날 이야기 입니다. 한 여름이었는데 엄마랑 시장을 보러갔습니다. 그 당시에는 시골길이라서 비포장 도로라서 차들이 어쩌다 지나가면 먼지를 둘러쓰기 마련입니다. 시장이 제법 먼길이었는데 엄마랑 간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시장에 도착해서 엄마가 개를 산다고 합니다. 그래서 죽 둘러보았는데 어느 할머니가 가지고 온 다라 속에 강아지가 한 마리있었는데 반가운 기색도 없고 그렇다고 살도 찌지 않는 강아지를 보았습니다. 그때 엄마는 다른 곳에 있는 강아지도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는 강아지들이 다라 속에 여러 마리가 있고 통통하게 살이 찌었습니다. 여러 곳을 둘러 보았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할머니의 강아지가 생각이납니다. 이 강아지는 다른 집 강아지들보다 키가 조금 더 커 보였습니다. 엄마가 묻습니다. “대군아 어떤 것 살래?” 그래서 나는 처음에 보았던 강아지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 강아지를 사왔습니다. 시장을 보고 이제는 집으로 오는 중입니다. 솔직히 어린 나이로서는 시장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제법 멀었습니다. 한참을 걸어서 집으로 오는 도중 버스가 먼지를 날리며 지나가자 엄마가 묻습니다. “대군아 힘들지?”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집에 도착을 하여 강아지를 키우는데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반가운 기색은 전혀 없고 사람으로 말하자면 슬퍼보이는 강아지였습니다. 몇 날 며칠이 지나도 키가 크지도 않고 활달하지도 않고 비쩍말라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보고 엄마가 묻습니다. “대군아 네가 사온 강아지 마음에 드니?” 나는 수 많은 강아지들 중에 슬퍼하는 강아지를 사온 것이 후회도 듭니다. 그 할머니는 그 강아지를 키우다가 팔러 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할머니가 키우다가 크지도 않고 비쩍마르고 활달하지 않은 강아지를 팔러 온 것입니다. 조그마한 강아지가 아니라 더 큰 강아지를 말이지요. 강아지가 아니라 이미 다 커버린 개라는 것이지요. 주인한테 꼬리도 치지 않는 강아지. “에이 베렸어.”하고는 왜 그때는 그 중에서 키가 제일 크더니만...... 여기에서 ‘강아지도 슬픈 것과 강아지 아닌 가난한 강아지도 다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약간 슬픔의 그림자를 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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