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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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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3-05 조회수147 추천수6 반대(0) 신고

[사순 제3주간 화요일] 마태 18,21-35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무자비한 종의 비유’를 통해 우리에게 용서의 중요성에 대해, 용서를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용서(容恕)라는 한자어에서 ‘용’(容)자는 ‘받아들임’을 나타냅니다. 또한 ‘서’(恕)자는 상대방을 뜻하는 如(여)자와 마음 심(心)자로 이루어져 있으니 결국 용서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를 내 마음에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내 입장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내 시각이 아니라 상대방의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야 상대방이 겪고 있는 고충을 참작해줄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었던 그 당시의 상황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미안함에 대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그를 내 안에 다시 받아들일 힘이 생깁니다. 미움과 분노로 망가졌던 그와의 관계를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오늘 복음 속 비유에 나오는 임금이 자신에게 만 탈렌트라는 거액을 빚진 종을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진 빚을 탕감해주고 그를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마음을 헤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대역죄인’이 되어 자기 앞에 납작 엎드려 있는 그의 두려움과 걱정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만큼은 그 피해를 전가하고 싶지 않은 절박함을 헤아렸습니다. 그러자 나에게 손해를 입힌 그에 대한 미움이 풀리고, 그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우러나왔지요. 그 자애가 용서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자신이 그에게 용서를 베푼 것처럼, 그도 다른 이에게 용서를 베풀기를 바라는, 그렇게 이 세상이 용서와 자비가 넘치는 살만한 곳이 되기를 바라는 넓은 아량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진화론’을 믿는 교만한 인간은 자기가 세상처럼 우연히, 저절로 생겨났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자신이 소유하고 누리는 모든 것들이 창조주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임을 잊고 삽니다. 자기 손에 있는 것을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 여기고 그것을 잃을까봐 두려워 합니다. 이미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다보니, 자기 손에 쥔 것을 지키는데에만 연연하게 되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임금에게 빚을 탕감받은 종이 그랬습니다. 자신이 일만 탈렌트, 지금 우리 돈으로 6조원에 해당하는 큰 돈을 조건 없이 탕감받았음을 금새 잊어버리고, 이웃에게 빌려준 백 데나리온, 우리 돈으로 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까봐 그를 감옥에 가두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가 빌려준 그 돈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이웃에게 빌려준 그 돈이 온전히 ‘자기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관계 맺은 사람들과 백 데나리온 정도씩의 빚을 주고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 빚이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하느님께 빚진, 그러면서도 아무 조건없이 탕감받은 일만 탈렌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요. 그 차이가 무려 6천만배나 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서로 간에 저지른 잘못을 무조건 ‘없던 일’로 하자고 하면, 이미 받은 피해와 상처 때문에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많을 겁니다. 누군가는 제한 없는 관용이 세상에 가져올 무질서와 범죄를 걱정할테구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백 데나리온 어치만큼 용서와 자비를 베풀면 그로 인해 하느님으로부터 일만 탈렌트만큼 빚을 탕감받을 자격을 얻게 된다고 말입니다. 내가 아무 조건 없이 용서와 자비를 꾸준히 실천해야 내가 탕감받은 그 ‘빚’이, 온전한 내 ‘소유’로 변화된다고 말입니다. 물론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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