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순 제3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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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4-03-06 | 조회수388 | 추천수5 | 반대(0) |
예전에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사람이 들어오는 자리는 표가 나지 않지만, 사람이 나간 자리는 표가 나기 마련이다.” 3명이 여행을 하다가 1명이 본당 미사 때문에 먼저 돌아갔습니다. 3명이 함께 했을 때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1명이 없으니 그 빈자리가 허전했습니다. 저는 운전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1명이 없으니, 운전도 해야 했습니다. 아침이면 가방도 챙겨야 했습니다. 신부님은 1인 3역을 했습니다. 모든 일정을 계획하였고,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물이며, 먹을 간식을 챙겼습니다. 신부님은 떠나면서 목요일에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본당 주일 미사를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온다고 했습니다. 저를 댈러스에 내려주고 혼자 뉴욕으로 가야 하는 동창 신부님을 위해서 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둘이 함께 다시 뉴욕으로 간다고 합니다. 동창을 위해서 기꺼이 다시 내려온다는 신부님의 진한 우정이 고마웠습니다. 저를 데려다주고 혼자서 뉴욕으로 가야 했던 신부님이 안쓰러웠는데, 친한 동창과 함께 돌아가게 되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렇게 10일간의 여행은 마무리되었고, 저는 댈러스에서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좋은 뜻으로 떠난 여행이 뜻하지 않은 갈등과 다툼으로 엉망이 되는 때도 있습니다. 심할 때는 같이 떠났지만, 따로 돌아오는 일도 있습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헤아림이 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이기적으로 내세울 때 그렇습니다. 자신의 큰 허물은 보지 못하고 상대방의 작은 허물을 들추어낼 때 그렇습니다. 지나친 음주로 몸과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때 그렇습니다. 하느님을 찬양하며, 신앙을 키우기 위해서 가는 성지순례에서도 간혹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에 성지순례를 갔을 때입니다. 복도를 지나는데 누군가를 험담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모임 시간에 늦게 나온다거나, 침묵해야 할 장소에서 떠든다거나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제들끼리 떠나는 순례에서도 간혹 갈등과 마찰이 생기기도 합니다. 순례를 여행처럼 생각할 때가 그렇습니다. 저는 순례를 떠날 때면 늘 들려 드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베들레헴 성당 문 앞에 있는 글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여행객으로 이곳에 왔다면 순례자가 되어서 가시길 바랍니다. 만일 여러분이 순례자로 이곳에 왔다면 거룩한 사람이 되어서 가시길 바랍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시는 ‘표징’을 왜곡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시는 표징이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베엘제불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선동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을 하느님을 모독했다는 죄목으로 죽이려고 했습니다. 만일 바리사이파와 율법 학자가 예수님의 복음 선포를 믿고 따랐다면 그들 또한 하느님 나라로 가는 여행에 함께 했을 것입니다. 왜곡과 날조는 하느님한테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왜곡과 날조는 악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교회 역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권력의 편에 서서 진실을 외면하고 왜곡했던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내 말을 들어라. 나는 너희 하느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될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길만 온전히 걸어라. 그러면 너희가 잘될 것이다.” 사순시기는 거짓과 잘못을 뉘우치고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사순시기는 왜곡과 날조를 밝혀내고 진실과 자유를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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