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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오직 인내로 그분 말씀 실천하다보면 / 사순 제4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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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3-12 조회수94 추천수0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오직 인내로 그분 말씀 실천하다보면 / 사순 제4주간 화요일(요한 5,1-16)

 

유다인들의 축제 때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셨는데, 거기 양의 문이라 불리는 곁에, 히브리 말로 벳자타라는 못이 있었다. 그것은 성전에 물을 공급하려고 만들었단다. 그 연못은 평시에는 물이 잦아들었다가 어느 한순간 물이 분출한단다. 그래서 그곳 주랑 안채에는 눈멀고, 다리 절고, 팔다리가 말라비틀어진 이, 또 서른여덟 해나 앓는 이 등 많은 이가 있었다나. 왜 많은 이가 유독 거기에 모여 있었을까? 그것은 이따금 천사가 내려오면 물이 출렁거리고, 그 순간 움직이는 그 물에 가장 먼저 들어가는 이가 치유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기에.

 

이처럼 언뜻 보면 벳자타는 모든 이에게 희망의 못이었다. 그러나 서른여덟 해 동안 앓고 있는 이에게는 절망의 못일 수밖에. 물이 출렁일 때 가장 먼저 들어갈 이는 동작 빠른 이, 곧 덜 아픈 이었다. 많이 아픈 이에게는 가능성이 적기에. 예수님께서는 그가 오래 누워서 지낸 것을 아시고, “건강해지고 싶으냐?”라고 물으셨다. 역시 우리 예수님은 뭔가가 달라도 달랐다.

 

예수님은 1등만 인정해 주는 절망의 못벳자타에서, 늘 꼴등의 삶을 살고 있는 병자를 바로 찾으신 것이다.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 줄 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이를 알고는 저보다 먼저 내려갑니다.”라고 오랜 서른여덟 해 동안이나 앓고 있던 그가 대답하였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그러자 그는 곧 건강하게 되어, 자기 들것을 들고는 걸어갔다. 그날은 안식일이었다.

 

어쩌면 벳자타 못 주위의 병자들 중에서 가장 먼저 물속에 뛰어든 이 만이, 그 병이 낫는다는 것은 일종의 민간 신앙이었고, 그 믿음은 세속의 이치와도 너무나 닮았다. 그렇지만 참 신앙은 당시의 이런 세속의 1등 주의 민간 신앙과는 참으로 다를 게다. 진정한 믿음은 나약한 우리의 모습을 온전히 그분께 내어 드리면서, ‘겸손의 태도를 갖는 신앙일 게다. 이런 세속의 논리로 물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소문에, 병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이 벳자타 못가에 모여들었단다. 사실 그 못은 지금 우리 곁에도 쾌나 있다.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주님께서는 1등이 아닌 꼴등도 생각하신다. 아니 그런 이를 가장 먼저 생각하시는 분이시다.

 

그 연못 곁에서 물이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많은 이를 떠올려 보자. 천사가 내려와 물 흔들 때, 제일 먼저 뛰어들면 어떤 병도 낫는다고 믿는 그들이다. 물 움직이는 순간, 함께 뛰어드는 그들 모습 상상해 보자. 하지만 기적은 단 한 사람만 갖는다니, 얼마나 많은 이가 절망과 좌절을 느끼며 나왔겠는가? 일부는 욕지거리라도 퍼부으며 나왔으리라. 그렇지만 우리 주님은 이 극심한 상심에서도 희망 잃지 않을 때에, 당신 자비로 우리를 치유하시리라. 그래서 이런 치유가 있기까지는 때로는 서른여덟 해나 그 긴 시련이 필요할지도. 아니 더 걸릴 수도. 그러나 바로 알자. 때가 되면 일어나 네 들것 들고 걸어라.”라고 예수님께서는 이르신다는 것을.

 

따라서 이 시각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낫기를 그저 바라는 소망보다, 그것을 잃지 않고 끝까지 그분 말씀을 듣고자 기다리는 인내의 마음일 게다. 벳자타 못 가의 병자들은 물이 출렁거릴 때에 자신을 물에 들어가도록 도와줄 이들만 찾았다. 물로서만 치유를 희망했기에. 그러나 정녕 낫게 한 건 출렁거리는 그 물이 아닌, 바로 예수님의 자비의 그 한 마디였다. 그분께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각자에게 물으신다. “네가 정말로 치유되기를 원하느냐?”라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벳자타,믿음,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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