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떠남의 여정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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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4-03-21 | 조회수167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늘 새로운 시작-
“잘 살다 잘 죽는 것입니다.” 수십년전 어느 목사님의 “신부님의 소원이 뭐냐?”는 물음에 대한 즉각적인 답에 내심 만족했고 지금 또한 그러합니다. 잘 살아야 잘 떠날 수 있습니다. 잘 떠남의 은총이요 축복입니다. 그러니 하루하루 선물같은 삶에 감사하며 기쁘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말합니다.
“마음이 청춘이면 몸도 청춘이 된다. 꿈과 열정이 사라지면 죽음이다.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소극적인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노령에도 뇌세포는 증식한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라. 확실히 늙음은 나이보다도 마음의 문제이다.”
사는 동안 하루하루 진실히, 성실히, 절실히 살아야 하겠지만, 늘 떠남을 염두에 두고 늘 준비하며 사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잘 떠나는 뒷 모습은 참 아름답고 향기로운 추억으로 길이 남습니다. 이런 잘 떠남의 선물보다 이웃에게 좋은 선물은 없을 것입니다. 오래전 “꽃마다 반갑고 아름다운 것”이란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꽃마다 그리도 반갑고 아름다운 건 잠시동안 폈다지기 때문이다. 일년내내 피어있는 꽃이라면 누가 반갑다 아름답다 하겠는가? 인생이 그리도 반갑고 슬프도록 아름다운 건 잠시동안 살다 떠나기 때문이다. 영원히 사는 인생이라면 누가 반갑다 아름답다 하겠는가? 아, 꽃지므로 꽃 좋은 줄 알겠다 죽음이 있어 삶이 선물인 줄 알겠다. 짧은 인생 날마다 꽃처럼 반갑고 아름답게 살다 떠날 일이다. 내 영원한 고향 주님의 집을 향해”-2006.4
또 하나 “떠남의 여정”을 노래한 제 좌우명 기도,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중 한대목을 나누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한결같이 하느님 사랑의 바다를 향해 흐르는 강이 되어 살았습니다. 때로는 좁은폭으로 또 넓은폭으로 때로는 완만하게 떠 격류로 흐르기도 하면서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흐르는 하느님 사랑의 강이 되어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오늘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사부 성 베네딕도 별세 축일을 지냅니다. 성인의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을 기리는 날입니다. 이런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고 우리들 또한 보고 배웁니다. 베네딕도 성인의 평생 삶은 “떠남의 여정”으로 요약할 수 있고, 마지막 죽음의 떠남은 아름다운 떠남의 절정입니다.
언젠가 갑작스런 거룩한 죽음이 아니라, 평소 하느님을 향한 떠남의 여정에 충실한 결과임을 깨닫습니다.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의 <베네딕도 전기> 제37장은 전부 성인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죽음에 할애되고 있습니다. 한 단락만 인용합니다.
“그분은 열병에 걸리셨고 병세가 날로 심해지자 제자들에게 당신을 성당으로 옮겨 달라고 하셨다. 그분은 거기서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영하심으로써 당신의 임종을 준비하시고, 쇠약해진 몸을 제자들의 손에 의지한 채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기도를 하는 가운데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늘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며, 하느님께 궁극의 희망을 두고 살았기에, 주님의 전사답게 하늘 향해 기도중 아름다운 선종의 죽음입니다. 어디로 떠날지 모른다면 어찌 이런 아름다운 선종의 죽음이 가능하겠는지요. 어느 분이 아름다운 수의를 입은, 믿지 않았던 죽은 친구를 떠나 보내며 탄식했다는 일화가 문득 생각납니다.
“옷은 잘 입었는데 갈데가 없구나. 어디로 가나?”
오늘 성인의 별세 축일 미사전례중 말씀 배치도 떠남의 여정에 잘 맞춰져 있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주님의 인도하에 하느님의 복이 되어 떠나는 아브람의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온전히 하느님께 믿음과 희망, 사랑을 둔 아브람의 떠남입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러면 너는 복이 될 것이다...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아브람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주님의 복이 되어 길을 떠나 떠남의 여정에 오르니 이때 그의 나이는 일흔 다섯 살이니 제 나이와 같네요.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은퇴가 없는 영원한 현역의 아브람의 삶입니다. 이어지는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고별기도는 얼마나 거룩하고 아름다운지요! 오늘 요한복음 17장은 십자가의 죽음에 앞서 세상을 떠나기전 아버지께 바치는 유언과도 같은 느낌의 장엄한 고별기도가 소개됩니다. 1.자신을 위한 기도, 2.제자들을 위한 기도에 이어 오늘 복음에 소개되는 3.믿는 이들 모두를 위한 기도입니다.
한마디로 오늘 복음의 고별기도를 요약하면 믿는 이들 모두가 당신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해 달라는 기도이며,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떠나 보내시며 참 좋은 최고의 선물인 이 미사를 우리 인류에게 남겨 주심으로 아드님의 소원을 들어주셨습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떠남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성체를 영할 때 마다 속으로 불러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성가 177장 2절입니다.
“참 기쁨이 넘치는 그곳 주님 계신 곳, 내 모든 근심 슬픔을 다 위로하여 주시네. 약속한 땅이여, 오 아름다운 대지여 영원히 머무를 젖과 꿀이 흐르는 그곳, 이 빵을 먹는 자는 그 복지 얻으리, 아 영원한 생명의 빵은 내 주의 몸이라.”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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