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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5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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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3-23 조회수125 추천수5 반대(0) 신고

[사순 제5주간 토요일] 요한 11,45-56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죽은 지 사흘이 지난 라자로를 소생시키신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놀랍고도 충격적인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한 이들이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믿으며 따르기 시작했고 많은 이들이 예수님을 직접 보기 위해 그분께로 몰려 들었지요. 그러자 그 소식을 전해들은 수석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큰 걱정에 빠집니다. 당시 이스라엘을 지배하던 로마 제국은 한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힘으로 다른 이들 위에 억지로 군림하는 이들은 자기가 지배하는 이들이 힘을 모으고 세력이 커지는걸 경계하는 법이지요. 그런 상태가 계속되어 소요사태가 벌어지고 반란이 일어나면 상황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로마제국은 피지배국의 사람들이 한장소에 모이고 시끄러워지면 즉시 군대를 파견해 해산시키곤 했습니다. 강력한 힘으로 초장에 찍어 누름으로써 반란의 싹을 잘라버리려고 한 겁니다.

 

그런 로마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수석사제들과 바리사이들었기에 예수님 주변에 많은 군중들이 모여드는 상황을 우려합니다. 만약 그들이 이스라엘의 자유와 번영을 먼저 생각하는 민족주의자들이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입니다. 위험과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메시아이신 예수님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로마라는 적을 몰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 했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그런 일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자기들이 지금 누리는 기득권과 특권을 계속 유지할 수만 있다면 로마의 지배가 계속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일으키시는 놀라운 기적들이 그분이 메시아이심을 드러내는 분명한 ‘표징’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메시아를 따르려 하지 않고 배척하며 심지어 제거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들에게는 언제 올지 모르는 ‘하느님 나라’보다 지금 누리는 세속적 가치들을 지키는게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런 자기들의 시커먼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게 모두 다 이스라엘의 영토와 백성들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핑계를 댑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지키고 보호하고자 했던 것은 조상대대로 살아온 거룩한 땅과 백성들이 아니라,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많은 토지와 재산,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의 안전이었는데도 말이지요. 그런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주님을 믿는 이들과 그분을 믿지 않는 이들 사이의 큰 차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믿는 이들은 주님께 희망을 두는 이들입니다. 즉 주님께서 바라시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자신 또한 바라는 겁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이들은 주님께 희망을 두지 않는 이들입니다. 주님께서 바라시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가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기만을 원하지요. 그래서 더러운 영이 그랬듯 주님께서 내 일에 ‘상관’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분을 적대시하고 배척하게 됩니다.

 

성주간을 눈 앞에 둔 지금,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말로는 주님을 ‘믿는다’고 고백하지만, 정작 마음으로 주님께 ‘희망’을 두고 살고 있는지요? 주님께서 바라시는 뜻이 무엇인지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그분의 능력과 힘을 이용하여 자기가 원하는걸 이루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지는 않은지요? 세상이 주는 즐거움들을 많이 누릴 수 있는 지금 상태가 더 좋고, 주님 뜻을 따르기 위해 짊어져야 할 십자가는 부담스럽고 싫게만 느껴지지는 않는지요? 만약 그렇다면 주님의 부활이 나에게는 너무나 공포스러운 일이 될 겁니다. 그분께서 다시오시는 그 날이 나에게는 너무나 두렵고 걱정스러운 날이 될 겁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정신 번쩍 차리고 즉시 회개해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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