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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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4-03-26 | 조회수432 | 추천수4 | 반대(0) |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대화의 소재가 끊어지면 마지막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일까요? 맞습니다. ‘군대’이야기입니다. 저는 1986년 1월 30일에 논산훈련소 25연대 8중대로 입소했습니다. 신학교 학부 졸업식에는 참석 못했습니다. 다행이 동창 신학생이 저의 졸업장을 대신 받아 주었습니다. ‘희비쌍곡선’이 있듯이 저의 군 생활에도 기쁨과 슬픔이 있었습니다. 훈련소에서 교육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는 과정에서 저는 신학생이라는 이유로 성당 군종병으로 선발 되었습니다. 인사 담당관의 아들이 신학생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군종병으로 성당에서 지내는 것은 기쁨이었습니다. 합법적으로 미사에 참례할 수 있고, 성당이 외부에 있었기에 합법적으로 외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저는 3개월 만에 다른 부서로 가야 했습니다. 이유는 제가 성실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잔디도 깎고, 성당도 청소하고, 화장실도 청소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잘 못했습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신부님께서 출장 가시면서 부대에 들어가라고 하셨는데 제가 그 지시사항을 어겼습니다. 저는 다른 부서에서 지내면서 오히려 신부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저를 엄하게 대하셨기에 저는 군생활을 무사히 잘 마치고 신학교에 복학할 수 있었습니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는 말년 병장 때입니다. 일석점호를 준비하면서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낮에 저는 일직사관과 장기를 두고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본청 일직사령이 순찰을 돌면서 저희 내무반이 시끄럽다고 하셨고, 일직사관이 와서 조용히 일석점호 준비를 하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고, 일직사관에게 인사하는 과정에서 그만 본의 아니게 충돌이 있었고, 치아가 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서울로 와서 치료를 받았고, 그 뒤로 크라운을 씌었습니다. 어느덧 37년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몇 번 크라운을 교체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큰 무리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일도 많았습니다. 저의 동기 중에는 ‘특수병과’들이 있었습니다. 참모식당에서 근무하는 요리병, 테니스장에서 근무하는 테니스병, 사령관 실에서 근무하는 번역병, 표창장과 상장을 쓰는 모필병, 저는 성당에서 일하는 군종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각자의 자리가 힘에 겨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서로 돕고 지낼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겼습니다. 대학교에서 군사훈련을 받았던 저는 동기들보다 3개월 먼저 1988년 5월 4일에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하였습니다. 지난 2월 14일에 시작한 사순시기도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내일부터 우리는 파스카 성삼일을 지내게 됩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사순시기이지만 2024년 사순시기는 제게 특별한 사순시기가 되었습니다. 본당을 떠난 지 12년 만에 다시 본당신부가 되어서 사순시기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사순시기에 교회는 4가지를 권고합니다. 주님의 수난과 고통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것입니다. 절제와 회개의 의미로 단식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우리들 또한 희생하는 것입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선행을 베푸는 것입니다. 본당에서는 사순특강을 마련하였고, 매주 십자가의 길을 하였습니다. 사순 제1주일에 우리는 유혹을 물리치시는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사순 제2 주일에 우리는 거룩하게 변모하시는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사순 제3주일 우리는 성전을 정화하시는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사순 제4주일에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 예수님을 보내셨음을 알았습니다. 사순 제5 주일에 우리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가시려는 예수님의 고뇌를 보았습니다. 지난 성지주일에 우리는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시는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그 십자가는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인도하는 구원의 십자가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파스카의 성삼일을 하루 앞두고 있습니다. 교회 전례의 가장 중요하고, 거룩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주님 수난 성삼일을 준비하면서 우리들의 몸가짐을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왜 고난의 길,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셨는지 묵상하면서 오늘 하루를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성서말씀은 우리를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물에 대한 욕심’입니다. 유다는 은전 서른 닢에 예수님을 대사제들에게 팔아넘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재물 앞에 자신의 양심을, 친구를, 하느님과 함께한 신앙을 팔아넘기는 것을 봅니다. 우리를 악에 대한 유혹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자신을 비우는 무소유의 삶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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