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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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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3-27 조회수129 추천수6 반대(0) 신고

[성주간 수요일] 마태 26,14-25 "그들은 몹시 근심하며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묻기 시작하였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던 이들로부터 배신당하시는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 그 능력을 인정하고 신임하시어 제자단의 ‘총무’, 즉 재무관리를 맡기셨던 유다 이스카리옷이 은전 서른 잎에 예수님을 적대자들의 손에 넘긴 겁니다. 은전 서른 잎은 당시 유다사회에서 노예 한 사람의 몸값이었습니다. 예수님을 ‘위험인물’로 여기던 적대자들이 그분을 그정도 취급한 것도 충격이지만, 그보다 더 큰 충격은 겨우 돈 몇 백만원에 자기가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를 정도로 믿고 사랑하던 주님을 배신하는 유다의 모습입니다. 그는 어쩌다가 예수님께서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까지 말씀하시는 큰 죄를 저지르게 된 것일까요?

 

유다는 처음부터 ‘소도둑’이 된 게 아닙니다. 첫 시작은 아마 ‘인색함’이었을 겁니다. 예수님을 위해 그분을 믿고 따르는 신앙생활을 위해 자기 것을 내놓고 희생하는걸 아까워하는 마음에서 모든 게 비롯된 겁니다. 그런 유다의 마음가짐이 단적으로 드러난 예가 바로 지난 월요일의 복음이지요. 자신이 아끼던 값 비싸고 귀한 향료를 예수님의 발에 아낌 없이 부어드리는 마리아의 모습을 보고 그 비싼 향유를 왜 ‘낭비’하느냐고 핀잔을 주었던 그입니다. 말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더 가치있는 일에 쓰는게 낫다는 식으로 얼버무렸지만, 그 속 마음은 곧 돌아가실 예수님을 위해, 더 이상 뭘 얻어낼 게 없는 ‘별 볼 일 없는’ 그분을 위해 그런 비싼 향유를 쓰는게 아까웠던 겁니다. 그리고 그 인색함은 곧 ‘본전생각’으로 바뀝니다. 자기가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그렇게 많은 것들을 희생했으니,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한푼이라도 더 건져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래서 수석사제들을 찾아가 예수님을 걸고 거래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적선하듯 내던진 은전 서른 잎을 군말 없이 받아들입니다. 유다에게 예수님은 특별히 기대하거나 바라는 것도, 애정이나 관심도 없는 그저 노예 정도의 사람이었던 것이지요. 예수님도 아마 그 점이 너무나 마음아프셨을 테구요.

 

그런데 그런 마음은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재밌는 것을 보러 다니며 좋은 곳에 다닐 때에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집중하면서, 신앙생활을 하는데에는 시간 쓰기를 아까워할 때 그렇습니다. 내 즐거움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교회 공동체를 위해서, 주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 내것을 내어주는 것은 아까워할 때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이 주는 은전 서른 잎 짜리 즐거움에 홀랑 넘어가버려 나를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악마의 손아귀에 나를 팔아넘길 때 그렇습니다. 그렇게 나는 악마에게 종속되어 이리저리 휘둘리다 멸망을 향해 나아가는 죄의 노예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예수 그리스도를 언제나 나의 ‘주님’으로 섬겨야 합니다. 내 뜻대로 하겠다고 고집부리기보다 그분이 내 삶을 주관하시도록 그분 뜻에 순명하며 따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분을 위해, 그분 뜻을 이루기 위해 나의 시간과 재물을, 노력과 희생을 봉헌하는데에 인색하게 굴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는 일에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으십니다. 할 수 있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우리를 사랑하시고 나서 우리 또한 그렇게 사랑하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는 아니겠지요?’라며 어정쩡한 모습으로 방황하지 않고, ‘저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으니 부족하고 약한 저를 도와주세요’라고 분명하고 온전하게 당신께 의탁하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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