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 만찬 성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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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3-28 | 조회수197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주님 만찬 성목요일] 요한 13,1-15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반대자들의 손에 붙잡히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제자들과 식사를 하시는 장면입니다. 그 자리에서 하시는 말씀이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제자들에게 하시는 마지막 가르침이 될 것이고, 그 자리에서 하시는 행동이 제자들에게 보여주시는 마지막 표징이 되겠지요. 그리고 예수님은 그 마지막 순간까지 제자들을 향한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세상 사람들은 동고동락하던 ‘한 식구’에게 배신을 당했으니 그분의 사랑이 실패한거라고 생각하지만, 예수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신 겁니다. 예수님은 한 번 사랑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을 우리가 먼저 포기해도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가 아니라고, 언젠가 그 사랑은 반드시 열매를 맺을 거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 모습으로 제자들에게 당신 사랑을 드러내시지요.
첫번째 방식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것입니다. 발을 씻어주는 것은 통상 종이 주인에게, 신하가 임금에게, 자녀가 부모에게 해드리는 행위였습니다. 그런 식으로 순명과 사랑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그런데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임금이시자 주님이신 분께서 제자들의 발을 먼저 씻어주십니다. 그들의 발에 묻은 더러움, 즉 죄를 씻으시기 위함입니다. 그 마지막 식사가 끝나고 예수님이 적대자들의 손에 넘어가시는 때가 오면, 제자들은 그 발로 주님을 버리고 도망치는 죄를 지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그 발을 씻어주십니다. 죄를 짓기도 전에 먼저 용서하신 것입니다. ‘나는 이미 너희를 용서했으니 잘못을 뉘우치고 바로잡을 용기가 생기면 언제든 그 발로 나를 찾아오라’는 초대입니다. 제자들이 그 초대에 응답하면 배신과 죄책감으로 깨져버린 예수님과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는 겁니다.
그렇게 발 씻음으로 화해의 계기, 관계 회복의 기회를 미리 마련하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집 나갔던 작은 아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축하하는 잔치를 마련했던 비유 속 아버지처럼, 당신께 돌아올 제자들을 위해 기쁨의 잔치를 마련하십니다. 비유 속 아버지는 그 잔치의 제물로 소를 내놓았지만, 예수님은 그 잔치의 제물로 당신 자신을 내놓으신다는게 다른 점이지요. 죄인의 입장에서는 죄를 뉘우치기도 전에 용서해주시고, 그런 잔치를 마련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에 몸둘 바를 모르겠는데, 심지어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라고 내어주시니 그 큰 사랑에 눈물이 앞을 가려 빵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그러나 그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분이 우리를 먼저 용서하신 것은, 우리의 회개를 위한 기쁨의 잔치를 미리 마련하신 것은 그만큼 우리를 신뢰하시기 때문이며 또한 우리에게 맡겨주시는 사랑의 소명이 그만큼 크고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를 내세워 이득을 얻거나 자신을 드높이기 위함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스승이라고 부른다면 그분의 가르침을 따라야 할 것이고, 그분을 주님이라고 부른다면 그분의 명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스승이시며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먼저 용서의 물로 우리 죄를 씻어주셨으니, 우리도 사랑과 자비의 물로 내 이웃 형제 자매들의 슬픔과 아픔을 씻어주어야겠습니다. 그렇게 주님으로부터 받은 그 큰 사랑을 끝까지 완성해 나가야겠습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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