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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주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 주님 수난 성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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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3-29 조회수72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 주님 수난 성금요일(요한 18,1-19,42)


십자가 죽음을 향해 가시는 예수님의 무기력함을 본다. 신적인 권능으로 고통을 벗는 극적인 순간은 전혀 없다. 어쩜 무능해 보일지언정 비굴하지는 않다. 참으로 의연하게 하느님 손에 맡기신다. 이는 겉으로는 미약한 이로 보이지만 어떤 이에게도 없는 굳건한 믿음이다. 예수님 수난기는 유다인들이 군사들을 앞세우고 예수님을 잡으러 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놀랍게도 그들 인도자는 제자 유다였다. 스승님 예언처럼 배반자가 된 것이다. 화가 난 베드로는 대사제의 종을 칼로 내리친다. 예수님께서는 즉각 제지한다. “그 칼을 칼집에 꽂아라. 아버지께서 주신 이 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 십자가 길은 이렇듯 예수님의 철저한 순명으로 시작한다.


믿지 않은 이에게는 십자가 죽음이 어리석지만, 구원 받을 이에게는 그게 되레 큰 힘이 된단다. 예수님은 그 길을 당당히 가셨다. 이렇게 짧은 하루, 그분께서는 상상도 못할 죽음이라는 끔찍한 일 당하신다. 그럴 까닭이 있었던 건 아니다. 순전히 아버지 뜻이었다. 그러기에 받아들이신다. 빌라도나 군중 앞에서나 일체 침묵으로 일관하셨다. 정녕 억울한 일이었건만, 입을 꼭 다무셨다. 다른 이에게는 많은 말 하게 하시고는, 정작 당신은 비명 한마디 하지 않으셨다.


살면서 많은 억울함을 만나리라. 운이 나빠 그랬던 것이 아닌데도. 일진이 안 좋아 생겼던 것도 아닌데. 예수님 역시 우리 죗값을 홀로 치르실 이유는 없었지만, 우리를 사랑하셨기에 죽음을 받아들이신 것이다. 십자가 지는 삶을 몸소 실천하셨다. 그분께서는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고, 우리는 무릎 꿇고 잠시 묵상한다. 잠시에 수많은 게 스친다. 그분 사랑, 우리 죄의 고통이 심장을 두드린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우리의 죄로 우리를 향한 그 사랑으로 십자가 죽음을 받아들이셨음을,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오는 눈물과 함께 깨닫는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1코린 1,25).” 그렇다.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서 한 인간의 무능과 어리석음을 바라보는 이방인이 아닌, 그분 가르침을 정녕 깨달아야만 할 게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허락하신 하느님의 참된 지혜요 큰 사랑이다.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분 죽음을 묵상하며, 그분 가신 그 길을 걸어보자. 금식과 금육의 주어진 고통임을, 이 시간 한번 찐하게 체험하면서.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십자가에서 멸시받고 배척당하셨다. 우리의 죄악을 짊어지시고, 우리를 대신해 벌 받으셨다. 우리 죄로 그분께서는 으스러지시고 창에 찔리셨다. 그분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고, 그분의 형벌로 우리는 참 평화를 찾았다. 그분께서 받으신 증오와 미움으로 죄 많은 우리는 용서받았다. 저 높은 십자가에 매달린 그분을 바라보자. 침묵 속에 들려오는 쾅쾅거리는 그분 심장의 고통의 박자를 듣자. 그리고 가슴에 울리는 억울함으로 우리 죄를 바라보자.

 

오랜 전통에 따라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오늘은, 성찬 전례 없이 말씀 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 예식만 한다. 본래는 말씀 전례만 했단다. 그러다 세월이 가면서, 이처럼 십자가 경배와 영성체 예식이 도입되었다. 전례 개혁 전에는 집전 사제만 성체를 모셨으나, 이제는 모든 교우에게 영성체가 허용된다. 사제의 홍색 제의는 몸소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죽음과 승리를 상징한다. 오늘 주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우리 자신과 세상의 죄를 슬퍼하고 통회하자. 부활을 앞두고 마지막이라는 다짐으로, ‘금식과 함께 금육을 철저하게 지키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십자가,수난,성찬 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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