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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의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마르꼬 16, 1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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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승 쪽지 캡슐 작성일2024-03-30 조회수173 추천수2 반대(0) 신고

 “너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16,6)


알렐루야, 알렐루야! 주님,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사랑으로 자신의 전부를 내어주시고 떠난 예수님은 어떤 사람에게 가장 먼저 찾아올까요? 그분은 아마도 자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을 먼저 찾아오시리라 봅니다. 사랑은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죽은 분을 잊지 못하고 무덤을 찾아가는 것은 사랑의 기억입니다. 기억은 사랑의 행위입니다. 기억은 생생한 사랑의 체험에서 기인합니다. 사랑에서 기인하지 않은 기억은 언제나 사라질 수밖에 없고, 열정 또한 메마를 수밖에 없습니다. 간디는 이런 비유를 들어 말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한 선생이 제자에게 강에서 돌맹이 하나를 가져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돌을 깨뜨려 조각을 가져오게 한 다음, 깨진 돌의 안쪽을 제자들에게 보여 주며 외치기를 “그렇게 오랜 세월을 물속에 잠겨 있으면서도 안쪽은 말라 있구나!”』이 외침은 우리 신앙의 메마름을 말하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외적으론 지켜야 할 도리를, 신심 활동을 하면서도, 내면으로 사랑의 기억이나 영혼이 메말라 버린 우리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여인들은 참된 신앙인의 모델로써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둠 곧 슬픔과 상실에 대한 어둠이 가시지 않았지만 이미 새날의 밝음이 그들을 인도하고 있을 때 무덤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녀들이 무덤으로 나아감은 일상의 익숙한 행위가 아닌 새로운 행위입니다. 물론 그들은 아직 온전히 부활의 새로움을 깨닫지 못했기에 “누가 그 돌을 무덤 입구에서 굴려내 줄까요?”(16,3)하고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인간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들 마음은 떠나간 주님에 대한 그리움과 돌아가신 분의 기억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의 이 처절한 그리움과 사랑의 아쉬움이 부활, 새로운 생명의 첫 번째 수혜자들이 되게 한 것입니다. 이런 그리움과 열망은 결코 어떤 것도 그들에게 장애와 걸림이 될 수 없었습니다. 주님의 죽음까지도 장애가 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무덤을 가로막았던 돌이 사라졌듯이 어떤 물리적이거나 심리적 영적 장애도 그들을 가로막을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무덤은 이미 비워졌습니다. 돌은 이미 움직여 입구는 열려있었습니다. 무덤에 들어갔더니 “웬 젊은이가 하얗고 긴 겉옷을 입고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16,5) 하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그 젊은이가 “놀라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에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그래서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16, 6) 하고 전해 줍니다. 이것은 부활을 말하고 있습니다. 주님은 거기, 무덤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빈 무덤은 무엇을 가리킵니까? 무덤이 비워 있었다, 하여도 그것이 부활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빈 무덤이 부활은 아닙니다. 빈 무덤은 단지 빈 것, 텅 빈 것입니다. 이는 지금껏 우리가 생각하고 궁리하고 체험한 모든 것이 텅 빈 것임을 의미할지 모릅니다. 빈 무덤은 예수께서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리라.’ 하고 약속하신 바의 시작일 뿐입니다. 즉 빈 무덤은 이제 예수께서 여기 계시지 않고 다시 살아나셨으며 어디서든지 항상 함께 계시겠다는 선포의 시작일 뿐입니다. 빈 무덤은 현재의 ‘여기 아니 계심’보다 오히려 아직 끝나지 않은 약속의 성취, 내일 ‘없음 가운데 늘 함께 계심’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님의 뜻을 헤아리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가득 찬 낡은 모든 것을 빈 무덤에 벗어 던지고 나와야 합니다. 허물을 벗어 던져 버려야 합니다. 위선과 거짓의 옷을 벗어 던져 버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부활 신앙은 약속의 성취를 보고 자기 안에 간직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여기에서가 아니라 약속의 성취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었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빈 무덤은 나를 위해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분을 단지 만나는 곳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빈 무덤에 계시지 않으니, 어디에서 만나게 될 수 있는가가 문제이고 핵심입니다. 이제 예수님을 만난다는 것은 장소나 시간에 국한된 사건이 아닙니다. 여기서부터 부활의 신앙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 20, 29)하고 하셨는데 이제 참 사람이셨던 그분이 부활하신 참 하느님이심을 고백하는 길은 그분을 체험하는 길입니다. 갈릴래아에서 예수님과의 만남은 낡은 틀을 벗어 버리고 새로운 생명의 길로 나아가는 진정한 시작입니다. 갈릴래아는 어제의 기억이며 오늘의 기억을 되살리는 곳입니다. 빈 무덤은 이제 갈릴래아로 열려있습니다. 거기에서 부활은 생생한 기억으로 제자들의 삶에 주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빈 무덤은 생생한 사랑의 기억으로 충만할 때 굳이 이곳이다. 저곳이다, 고 장소를 가리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적으로 참되게 예수님을 만나길 원하는 사람은 늘 함께 계신 그분을 일상의 삶에서 충만하게 체험할 수 있고 증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어떻게 당신을 체험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하신 적이 있습니다. 성 목요일 밤미사 제2독서 코린토1서 11장 24과 25절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라. 또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고 말씀하시며 내주신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살게 되었습니다. 성체로 예수님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이며, 우리가 그분 안에 살게 되었습니다. 달리 말해서 우리 안에 계시는 분이 우리와 함께하심이야말로 그분이 내 안에 사시게 하는 길이고, 각자 그분을 직접 만나 뵐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분을 만나는 길은 장소나 시간에 국한되지 않고, 바로 성체를 통한 우리 영혼에 내주하심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성체성사의 의미이고 근본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이 빈 무덤의 근원적인 신앙고백이고 또 예수님을 체험하는 참 부활의 길이라고 봅니다. 오늘 부활 성야에서 우리는 이런 신앙고백을 통하여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은총을 입었으면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오늘 복음에서 부활 신앙의 첫 번째 증거자들이 여성이었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들의 슬픔과 그리움이 상대적으로 남성이었던 사도들과 대비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여성은 부활의 수혜자가 바로 다름 아닌 주님의 신부인 교회를 상징하며, 부활의 신부인 교회의 진실성과 파급성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역설적으로 목격 증인으로서 가치조차 인정받을 수 없는 여성의 가난함이 예수님 부활의 진실성을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의 파급성, 입소문은 여성들의 입과 입으로 전해지는 효과처럼 그렇게 세상 끝까지 선포되어야 할 기쁜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2 천년전 예수님 부활이 오늘 우리에게 드러나야 합니다. 빈 무덤은 시간을 뛰어넘는 부활 신앙이 태동하는 시간이며, 우리 삶 전체를 바르게 바라보게 하는 깨달음의 장소입니다. 주님이 아니 계신 곳, 빈 무덤에 우리의 낡고 타락한 옛 인간성을 벗어 던져 버리고 새로운 창조, 새로운 비전, 새로운 질서를 향해 달려 나갑시다. 부활하신 주님은 “둘이나 셋이 당신 이름으로 모인 곳에 항상 함께 계시겠다.” 하고 약속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새로운 생명의 길, 자유를 향한 진리의 삶, 사랑을 실천하도록 합시다. 이젠 어둠이 아닌 빛으로, 슬픔이 아닌 기쁨으로, 미움이 아닌 사랑으로, 앙갚음이 아닌 용서로 달려갑시다. 지금 여기 주님께서 부활하시어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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