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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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4-01 | 조회수108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 마태 28,8-15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모습은 제자들을 깊은 절망과 두려움에 빠뜨렸습니다. 세상을 구원하실 구세주이시자, 하느님의 아들이라 믿었던 분이 반대자들의 손에 붙잡혀 무력하게 죽음을 당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제자들의 믿음은 크게 흔들렸고, 자신들도 같은 처지가 될까봐 걱정되고 불안하여 다락방에 숨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는 두려움 속에 숨어있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 두려움보다 훨씬 컸기 때문입니다. 스승님보다 자기 안위를 먼저 걱정하던 다른 제자들과 달리, 그녀들의 사랑은 예수님을 위해 자기 자신을 기꺼이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컸던 것이지요. 그 순수한 사랑이 주님께 대한 그리움이 되고, 용기가 되어 그녀들은 이른 새벽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천사를 만나 주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다는 놀랍고도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에 그 여인들은 서둘러 무덤을 떠나 제자들에게 그 기쁜 소식을 전하러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예수님께서 그녀들 앞에 나타나셔서는 ‘평안하냐’고 물으십니다. 그녀들이 부활의 소식을 전하는 첫번째 ‘증인’이 되기 전에 기쁨과 놀람, 믿음과 의문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돈할 기회를 주시려는 것이지요. 그리고는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녀들의 마음 속에 여러가지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기들이 본 것이 ‘진실’이 맞는지에 대한 두려움, 다른 이들이 자기들의 증언을 믿어줄지에 대한 두려움, 주님의 부활을 선포하는 이 일로 인해 앞으로 또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지 모르는 두려움… 그런 두려움이 가득한 상태에서는 구원의 진리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 두려움이 내 눈을 가려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자기 해석을 더해 왜곡해서 전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그녀들이 먼저 마음을 평안하게 다스린 후, 두려움을 극복하고 믿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도록 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당신의 ‘형제들’인 제자들에게 가서 ‘갈릴래아로 가라’는 메시지를 전하라고 하십니다. 제자들은 자기 안위를 지키고자 체포당하신는 예수님을 ‘나 몰라라’하고 도망쳤지만, 그분은 아직 제자들을 당신의 ‘형제’로 여기심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주님은 아직 그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계셨던 것이지요. 이제는 제자들이 그 믿음과 사랑에 응답할 차례입니다. ‘갈릴래아에서 만나자’는 예수님의 초대에 행동으로 응답할 차례입니다. 주님을 믿고 기꺼이 갈릴래아로 가는 제자들은 거기서 그분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갈릴래아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처음으로 부르신 곳입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신 곳입니다. 수많은 기적들로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었다는 표징을 보여주신 곳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는 예수님을 만나기 전부터 고기를 잡으며 살아왔던 ‘삶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 자리로 제자들을 부르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부활은 정해진 장소에서 일어나는 특별하고 놀라운 사건이 아닙니다. 내가 주님의 말씀을 믿고 내가 살아가는 자리에서 그분 사랑의 흔적을 발견하고자 노력하면, 내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안에 계신 주님을 찾고자 노력하면 바로 그 자리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자리가 됩니다. 그 부활체험을 통해 우리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재물을 섬기는 삶에서 하느님을 섬기는 삶으로, 이기적인 삶에서 베푸는 삶으로,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에서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건너’갑니다. 그렇게 건너간 반대편에 주님과 함께 참된 행복을 누릴 ‘하느님 나라’가 있습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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