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서 아침을 먹어라.” (21,12)
주님을 따르고자 했지만 결국 배신하고 그런 자신들에 대한 실망과 환멸 가운데, 베드로와 동료들은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사실 위기의 때에는 익숙한 고향과 일상으로 되돌아가서 초심을 되살리며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게 고향으로 내려간 베드로 일행은 밤새도록 고기를 잡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요20,3참조) 역설적으로 그런 낙담과 실망의 순간에 예수님은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예수님은 물가에 서 계셨지만, 아직도 자신들의 실망과 낙담 안에 갇혀 있는 그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였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먼저 그들에게. “애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21,5) 하고 그들이 한 일에 관심과 아울러 친밀감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그들이 ‘못 잡았습니다.’라고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자, 예수님은 즉시 그들에게 문제 해결책을 지시하듯,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20,6)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떤 거절의 말이나 거부의 몸짓 없이 ”그물을 던졌더니,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 그물을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20,6) 이처럼 제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또한 예수님의 말씀을 신뢰하고 그 말씀에 의탁할 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이 일을 통해서 제자들은 뼈저리게 자신들의 무능과 약함을 통해서도 권능을 드러내시고 그런 자신들을 당신의 구원의 일꾼으로 부르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게 됩니다.
특히 그 순간 뭍에 서 계시면서 그물을 던져라, 고 말씀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심을 알아차린 예수님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제자가 이내 베드로에게 “주님이십니다.” (20,7)하고 상기해 주자 베드로는 주저함 없이 하느님 은총의 바다에 뛰어듭니다. 옷을 벗고 있던 시몬 베드로는, 몸에 겉옷을 두르고 그냥 바다로 뛰어든 것은 부활에 대한 확신이며, 그 뛰어듦을 통해 어제의 베드로는 죽고 오늘의 새로운 베드로로 다시 일어서게 된 것입니다. 사실 베드로는 호수 위를 걸어오신 예수님께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라고 강권하고선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나아가다가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마태14,25~33참조)라고 애걸하였습니다. 이랬던 베드로가 옷을 벗고 있다가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들었습니다. 이는 주님께 대한 참된 믿음이며, 그 믿음은 바로 하느님은 자비이시다, 는 체험에서 기인하였기에, 이는 바로 그 자비에 온전히 내어 맡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절정의 순간은 제자들의 배신과 배반 그리고 도망침을 묻지 않고 예전과 똑같이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와서 아침을 먹어라.” (21,12) 하고 부르시는 예수님의 따뜻한 초대의 순간입니다. 이 말씀 곧 ‘와서 아침을 먹어라, 는 말씀은 자신들의 죄책감과 자기 환멸의 갇힘에서 풀어 주시고 용서하심을 통해, 떠나시기 전날 밤의 사랑과 섬김의 마지막 만찬의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래서 그들 가운데 아무도 “누구십니까?” (21,12)하고 묻는 사람이 없었다고 그 순간의 은혜로움을 묘사합니다. 용서와 사랑의 이 초대에는 우리 역시도 예외가 아니며, 우리 모두 이렇게 부활의 새 아침에 초대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활하신 주님으로부터 용서받고 사랑을 다시 확인한 베드로와 요한 사도는 담대하게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활동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153마리의 고기를 잡았듯이 무려 장정만도 오천 명이나 된 사람을 주님께로 인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4,4참조) 그리고 유대 지도자들이 “당신들은 무슨 힘으로, 누구의 이름으로 그런 일을 하였소?” (4,7) 라고 추궁하지만 용감하게 증언합니다. 자신들의 하는 모든 일은 바로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곧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하느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바로 그분의 이름으로, 이 사람이 여러분 앞에 온전한 몸으로 서게 되었습니다.” (4,10) 하고 당당히 밝힌 그 원동력은 바로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고 주님의 ‘용서와 사랑으로 새롭게 거듭난 존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연극이나 영화를 연출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오늘 복음의 도입부와 후반부의 다른 색깔과 분위기를 보면 마치 한 편의 공연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세 번째 발현하신 예수님이 등장하기 이전과 이후가 전혀 다름을 느낍니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로 인한 밤과 아침, 어둠과 밝음, 낙담과 기쁨, 텅 빔과 충만을 다양한 색깔로 연출하고 특히 제자들과 예수님 사이의 나눈 ‘대화 내용’은 그 상황에 맞는 긴장감과 함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낙담과 실망으로 가득한 삶의 어두운 순간, 돌연 부활의 아침 우리를 찾아오시어 ‘와서 아침을 먹어라.’ 하는 당신 위로와 위안의 말씀이 저희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십니다. 저희 또한 당신과 아침을 먹고 새로운 길을 걷겠습니다. 늘 저희와 함께 동행하여 주십시오. 부활하신 주님! 그것이 우리의 바람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