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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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4-05 | 조회수206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요한 21,1-14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이 성경 말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 후, 빵을 떼어 나누어주시는 모습에서 그분이 부활하신 주님임을 알아보게 되었다면, 오늘 복음에서는 제자들이 주님의 말씀에 순명한 이후에야 자기들을 위해 만찬을 준비하고 기다리시는 주님을 알아보게 됩니다. 두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말씀’이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겁니다. 다만 요한 복음사가는 말씀의 이해보다 실천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지요. 말씀을 머리로, 지식으로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그 말씀대로 따라야 비로소 그 말씀의 주체이신 주님과 그분의 뜻을 알아보게 된다는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 뜻을 내려놓고 순명할 마음가짐을 지니지 못하면,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그분을 마음 밖으로 밀쳐내게 되지요. 그렇기에 순명은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보기 위해 꼭 필요한 준비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자기 뜻대로 하고자 하는 고집이 강한 존재이기에 그 고집을 꺾는 과정도 필요하지요. 내 뜻을 내려놓고 주님 뜻을 받아들이려면 처절한 실패와 절망의 체험을 통해 ‘역시 나 혼자 힘만 갖고는 안되는구나’, ‘나에게는 주님의 보살핌과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구나’하는 깨달음을 얻고난 뒤에야 비로소 자기 고집을 내려놓고 주님을 따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배 오른쪽에 그물을 던지라는,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목소리에 순명합니다. 그 이유는 처참한 실패와 깊은 절망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자기들의 뜻에 따라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음에도 단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뼈저린 실패와 절망의 체험이 그들의 고집을 꺾어 겸손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차피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누군가가 자기들에게 어떻게 해야할 지 방법을 알려주기만 한다면 기꺼이 따라보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순명을 위한 모든 준비가 갖춰졌을 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고, 그분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지라는 명확한 지침을, 그리고 그 지침에 순명했을 때 얻게 될 확실한 보상을 제시해 주셨지요.
여기서 ‘오른쪽’은 단순히 ‘방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 말에서도 그렇지만 많은 국가에서 ‘오른쪽’이라는 방향을 가리키는 단어와 ‘올바름’이라는 윤리적 가치를 가리키는 단어가 철자 혹은 발음이 같지요. 즉 그물을 배 오른쪽으로 던지라는 말씀은 나의 선택과 결정이라는 그물을 내가 던져야 할 올바른 방향, 즉 내 욕심과 고집을 따르는 방향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따르는 방향으로 던지라는 뜻입니다. 그래야 삶이라는 바다에서 물고기라는 참된 의미와 기쁨을 건져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배의 왼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거기엔 재물, 명예, 권력이라는 세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배 오른쪽으로 그물을 던지라는 주님의 말씀을 애써 외면하고 일확천금과 부귀영화를 꿈꾸며 자꾸만 배 왼쪽으로 그물을 던지려고 하지요. 그런 고집과 불순명의 결과는 처참합니다. 삶이라는 그물에 정말 귀하고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걸리지 않는 허무만 있을 뿐입니다. 세상의 유혹이라는 암초에 그물이 걸려 배 전체가 침몰할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요. 그렇기에 주님께서 이끄시는 옳은 쪽으로 따라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길의 끝에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생명의 만찬이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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