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영성심리 칼럼] 알고 선택하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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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4-04-06 | 조회수133 | 추천수1 | 반대(1) 신고 |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바라고 추구하지만, 그것을 모두 의식하고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네 삶이 그만큼 다채롭기도 하고 또 어떤 의미에선 복잡다단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상의 소소한 가치들을 생각하기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커다란 몇몇 가치만 또렷하게 생각하고 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런 가치들이 나의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주고 ‘나’라는 존재를 더 완성으로 이끌어가면 참 좋을 텐데, 현실은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추구하고픈 가치들이 여럿이어서 우선순위를 매기기 어려워 그렇기도 하지만, 때로는 잘못된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가치를 착각하는 경우 혹은 스스로 속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흔한 예로 자녀를 위한 ‘교육열’을 들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인기 있었던 ‘OOO 캐슬’이라는 드라마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높은 교육열은 낯설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부모가 자녀 교육을 위해 매우 큰 노력을 기울인다고 생각해 볼까요? 이때 부모가 추구하는 가치는 자녀의 ‘교육’일 수도 있고, 명문대학교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는 자녀의 ‘성공’일 수도, 이를 통한 ‘자녀의 행복’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종종 경험하는 것처럼, 자녀를 위한 행동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부모 자신을 위한 행동인 경우가 있습니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던 과거에 대한 ‘보상 심리’일 수도 있고, 다른 집 자식보다 내 자식이 낫다는 것을 통해 느끼고픈 ‘우월감’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자녀 양육’, ‘교육’, ‘행복’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입니다.
가치를 착각하거나 그에 속아 넘어가는 경우는 우리 삶에서 생각보다 많습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성실함과 책임감’이라는 가치인 줄 알았는데 실은 ‘불안 해소’가 주목적이었다거나, 관계 안에서의 ‘수용과 관대함’이 아니라 ‘좋은 이미지’를 찾는 것, 공동체의 ‘친교와 화합’이 아니라 ‘자기방어와 보호’ 추구인 경우 등, 그 예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많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삶에는 늘 성찰과 식별이 필요합니다. 어떤 가치를 우선하여 추구할 것인가를 선택하려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들이 무엇인가’를 참되게 아는 것이 먼저여야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그 뿌리에 있는 참된 속마음을 아는 것이 필요하죠. 자녀의 ‘교육’이나 ‘행복’이라는 가치로 알아들을 때와 나를 위한 ‘보상’, ‘우월감’이라는 실제 내용으로 알아들을 때 그 가치들의 우선순위와 나의 선택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모르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의 속과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시편 64,7)
[2024년 3월 31일(나해) 주님 부활 대축일 서울주보 5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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