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제2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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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4-10 | 조회수237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부활 제2주간 수요일] 요한 3,16-21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17)
주임 신부님께서 성경 말씀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자 정수(精髓)라고 강조하신 구절입니다. 이 구절이 저희 본당 마당에 네온사인 글씨로 장식되어 있기도 하지요. 어떤 성경학자는 이 말씀을 두고 “성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바로 이 말씀을 읽는 것으로 시작하라. 성경을 통달했다면 다시 이 말씀으로 돌아오라”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통해서 복음의 핵심이 하느님 사랑임을 천명하십니다. 우리가 그분을 알기도 전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고, ‘거저’ 사랑하셨다는 것입니다. 또한 선택된 이스라엘 백성이라는, 당신 피조물 중 일부만 사랑하신게 아니라 온 ‘세상’을 사랑하셨으며, 적당히 대충 사랑하신게 아니라 ‘너무나’, 즉 그 사랑이 우리 마음에 차고 넘칠 정도로 과분하게 사랑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전능하신 창조주로부터 그런 크고 깊은 사랑을 받은 우리는, 우리가 이미 받은 그 충만한 사랑 덕분에 귀하고 소중한 존재이지요.
그런데 하느님께서 이런 큰 사랑을 베푸시는 와중에 ‘이미’ 심판을 받은 이들도 있다고 하십니다. 정확히 말하면 하느님께서 그들을 심판하신게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를 심판한 것입니다. 우리를 구원으로 인도하는 참된 진리의 빛이 이 세상에 왔음에도 그 빛보다 세상의 어둠을 더 사랑한 까닭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당신 아드님까지 기꺼이 내어주셨지만, 그런 하느님의 사랑을 믿지 않고 아드님을 배척하며 거부한 까닭입니다. 더러운 영이 예수님을 보고 자기를 괴롭히지 말아달라며 밀어냈듯이, 자기를 멸망시키러 오셨느냐고 예수님의 선의를 왜곡하고 멀어졌듯이, 자기가 저지른 죄의 어둠 속에 갇혀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예수님을 두려워하고 불편해하며 그분을 피해 숨은 겁니다. 주님의 사랑으로부터 멀어져 그분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을 ‘지옥’이라고 하니, 그는 자기 자신에게 ‘지옥’이라는 심판을 내린 셈이지요.
그러나 주님께서 비춰주시는 진리의 빛 속을 걸으며, 그분 뜻에 따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셨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하느님은 의인과 죄인을 차별하지 않고 공평하게 사랑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는 죄인을 심판하고 단죄해야 할 ‘악인’으로 보지 않으시고, 인간적인 부족함과 약함 때문에 유혹에 걸려 넘어져 죄라는 병을 앓게 된 ‘환자’로 여기시며, 그가 회개하여 구원에 이르도록 이끌어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님 앞에서 우리의 허물과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그럼에도불구하고’ 나를 사랑해주실 것을 굳게 믿기에, 그분께서 나의 환부를 사랑으로 치유하시도록 기꺼이 내어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주님과 함께 빛을 향하여 계속 나아가다보면 하느님 나라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주님의 부활을 믿는 우리가 걸어야 할 참된 신앙의 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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