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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금요일< "기적">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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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4-12 조회수227 추천수3 반대(0) 신고

오늘 미사의 말씀은 "기적"을 이야기합니다.


"마침 유다인들의 축제인 파스카가 가까운 때였다"(요한 6,4).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빵을 많게 하신 기적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을 파스카와 연결시킵니다. 이로써 우리는 이 기적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빵의 양을 증가시켜 그곳에 있던 군중을 먹이신 일로 끝나지 않고, 예수님께서 당신 몸을 이 세상에 양식으로 내어주실 희생 제사로 승화되리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요한 6,9)

참으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파악입니다. 장정만도 오천 명이라니 소량의 빵과 물고기로 군중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음은 자명하지요.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는 숫자와 데이터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어느 선까지는 상황을 파악하고 분별하는데 도움이 되지요. 문제는 이 현실적 데이터가 쉽사리 우리를 회의와 실망, 포기로 끌어가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숫자나 데이터에는 숨은 희망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빛을 잃고 지치고 절망합니다. 자신의 초라함과 우리의 한계와 해결해야 할 과제의 거대함에 짓눌려 지레 주저앉습니다. 필립보처럼, 안드레아처럼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요한 11)

하지만 예수님은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니다. 적은 양이지만 아버지 앞에 펼쳐놓을 양식이 있고, 또 그것을 내놓은 순박하고 용기있는 아이가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아버지의 사랑과 능력을 체험할 제자들과 군중이 있습니다. 감사할 일은 넘치고 또 넘칩니다.

"사람들이 보리 빵 다섯 개를 먹고 남긴 조각으로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찼다"(요한 6,13).

군중은 "원하는 대로"(요한 6,11) 양식을 받아서 배불리 먹습니다. 그런데도 엄청난 양이 남았다고 하네요. 사실 사람은 본성상 잉여분을 챙기고 싶어 합니다. 내일의 양식을 기약할 수 없는 가난한 이들도 그렇지만, 부자들도 가진 것을 더 불리고 싶어하니까요.

"억지로라도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요한 6,15)

그런데 군중은 빵을 더 챙기지 않는 대신 빵을 많게 할 능력을 지니신 예수님을 소유하려 듭니다. 그분이 임금이 되시면 더 이상 양식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나 봅니다.

제1독서에서는 사도들에게 일어난 기적이 나옵니다.

"사도들은 그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욕을 당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받았다고 기뻐하며"(사도 5,41)

불신과 회의에 익숙했던 제자들이 예수님 때문에 박해받을 수 있음을 영광으로 여기게 된 변화야말로 큰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잘것없는 소유에 실망하던 그들이 스스로 보잘것없이 작은 자가 되어 모욕 당하기를 기뻐하는 이로 변모한 것입니다. 예수님이 그들의 임금이요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도들은 파스카의 밤을 통과한 것입니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화답송)

주님 때문에 겪는 수치와 모욕과 업신여김을 받아들이는 이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주님을 따라 죽기를 영광으로 여기는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요. 사도들은 이제 예수님과 함께 "먹히기 위해" 세상에 자기를 내놓는 존재로 굳건히 서게 됩니다.

사랑하는 벗님! 매일 빵의 기적에 참여해 주님을 모시는 우리도 그 기적에서 멀리 있지 않습니다. 파스카의 밤을 지나 부활하신 주님처럼, 부활의 증인이로 우뚝 선 사도들처럼 우리도 변화되기를 청합시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누구도 막을 수 없으니, 회의와 불안과 실망의 장막을 걷어버리고 감사하며 나아갑시다.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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