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서야 겨우 숨을 쉬는 듯하다. 얼굴에 벌겋게 ‘열꽃’이 피어서 마치 술에 취한 사람 같던 얼굴도 제 모습을 찾았다. 일주일 정도 죽다가 살아났을 정도로 아팠다. 아기로 태어날 때 한 번, 중학교 때 불의의 교통 사고로 죽었다가 55일 만에 기적적으로 되살아나 또 한 번 만화 같은 삶을 살아온 나에게 또 시련이 닥치나 했다. 나를 만드신 하느님께 원망도 하고 떼도 많이 썼다. 그냥 평범하게 살게 하시지, 왜 이렇게 힘들게 살게 하시는 거냐며…….
두 달 앞서서도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머릿결이 손을 못 댈 정도로 아파 혼이 났었다. 그때는 피부과니, 이비인후과니, 내과에 들러 주사를 맞고 약을 먹었다. 주사와 약의 힘을 빌려 견뎠다.
그러나 이번에는 항생제를 쓰지 않고 내 힘으로 버텨보기로 했다.
결국은 면역력이 약해진 거였다.
이튿날은 얼굴에 열이 벌겋게 달아올라 열까지 많이 나고 가려워도 긁지 못하게 장갑을 꼈다. 거실 쇼파에 앉아 TV를 볼 때도 손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얼굴이나 귀나 머리 뒤통수로 자주 가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 손이 긁으러 갈 때마다 손등을 찰싹 때렸다. 아버지, 어머니가 TV에 열중한 틈을 타서 모르게 긁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너무 가려울 때는 감히 하느님께 떼를 쓰고 원망 섞인 목소리로 울부짖었다.빨리 낫게 해주지 않으면 하느님을 안 믿겠다고 협박까지 하면서…….
그러나 이마저도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라면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돌려 생각해보았다. 견디기 힘든 아픔일지라도 내가 죽었다면 모를 것이다. 살아있으니 아프다고 할 줄도 알고, 기뻐 웃을 줄도 아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는 걸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다고 지금 기도를 하고 있다. 설 수만 있다면, 들을 수만 있다면, 말할 수만 있다면, 볼 수만 있다면, 살 수만 있다면…….
나 역시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살 수만 있다면, 설 수만 있다면, 걸을 수만 있다면, 말할 수만 있다면, 볼 수만 있다면 하고 간절히 바랐던 그 누군가였었다.
놀랍게도 누군가의 그 간절한 소원을 나는 다 이루고 살았다. 그 누군가가 간절히 기다리는 기적(奇跡)이 내게는 날마다 일어나고 있다.
부자(富者)가 되지 못해도, 빼어난 외모가 아니어도, 지혜롭지는 못하나 열심히 사는 내 삶에 날마다 감사하다. 나의 하루는 기적(奇跡)이다. 날마다 누군가의 소원을 이루고 날마다 기적이 일어나는 나의 하루다.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도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 잘 버텨줘서 기특하다, 지민아’라고 힘을 준다.
그래서 사랑한다. 나의 삶, 나의 인생, 나 자신을……. 나는 그야말로 복 많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