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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의 부활 제3주간 수요일: 요한 6, 35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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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승 쪽지 캡슐 작성일2024-04-16 조회수187 추천수3 반대(0) 신고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로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6,35)

빵은 기원전 메소포타미아 유역에서 밀 재배가 시작되면서 6천 년의 세월을 인류와 함께해 오고 있습니다. 빵은 서양의 표현에서 식량 전체를 의미하는 대명사로 등장할 만큼 일반적인 음식이 되어왔습니다. 농토는 ‘빵이 나는 땅’으로, 농업은 ‘빵의 수확’으로, 가족은 ‘같은 빵을 먹는 사람’을 뜻합니다. 기근이란 빵이 부족한 상태를 의미하며, 밀밭은 천국을 상징합니다. 

농업국인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혁명 발생 15년 전 기근으로 굶어 죽은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그리고 일기 불순으로 수확이 감소 되어 곡물 위기를 맞아 빵 가격이 급등하자 베르사유를 향한 대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파리 시민들은 ‘빵집 주인, 빵집 여편네, 빵집 사환놈’이라고 욕설을 해대며 ‘빵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를 들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는데 왜 이 난리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파리 시민을 굶주림에서 해방시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자유·평등·박애를 구호로 내건 프랑스 대혁명이 시작되었으며,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아네트 왕비는 단두대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절대왕정 체제가 붕괴되었습니다. 당시 파리 시민에게 빵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였습니다. 그것은 단지 먹거리가 아닌 목숨 줄과도 같았던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빵과 관련된 이야기가 바로,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입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장발장은 굶주리는 조카를 위해서 빵을 한 조각 훔친 죄로 5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고 여러 차례 탈옥으로 무려 19년 기간 감옥에서 살아야만 했습니다. 인생의 막장과도 같은 감옥에서 가난과 배고픔의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장발장이 범죄자로 낙인찍힌 빵의 무게는 생각보다 더 엄청난 삶의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빵 한 조각은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빵이 바로 생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장정만도 오 천명을 먹이신 뒤, 당신을 찾아 따라온 이들에게 “너희가 나를 찾은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6,26)하고 말씀하신 대로 그들의 믿음 없음을 보고 알아채셨던 것입니다. 그들은 보이는 것만을 보았을 뿐이지 빵의 기적을 통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함께 하심과 사랑을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세상적 물질에 갇혀 있었습니다. 썩어 없어질 양식만을 얻으려고 발버둥을 칠뿐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그들을 예수님께서는 애처로워하셨고 안타까워하셨습니다. 다만 그들 가운데 일부가 이를 알아듣고,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요6,27) 하고 묻자, 그에 대한 답변으로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6,29)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다.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6,39-40)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늘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 나를 받아들인 사람은 나를 보내신 아버지를 받아들인 것이다, 고 표현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이 말씀은 이중적이고 반복적 강조법과도 같습니다. 즉,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이라는 말과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이라는 표현, 그리고 하나도 잃지 않고, 라는 말과 누구나, 라는 말 그리고 끝으로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린다, 라는 말과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라는 말도 표현은 다르지만 같은 의미이며 표현입니다. 그래서 예수님 자신을 “내가 생명의 빵이다.” (6,36) 하고 말씀하신 것은, 당신의 몸과 피가 바로 썩어 없어질 양식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는 영원한 생명의 빵이며 음료이다, 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당신의 몸을 먹고 피를 마시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의 몸과 피는 영원한 생명의 음식이며 음료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는 고해신부에게 이렇게 고백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길 바랍니다. 『 신부님, 저는 배가 고픕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위하여 이 영혼에게 양식을 주십시오. 성체이신 주님을 주십시오. 주님을 모실 수 없을 때는 성당으로 가서 그분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또 바라봅니다. 저는 이렇게 만족을 얻습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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