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제3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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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4-18 | 조회수203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부활 제3주간 목요일] 요한 6,44-51 “나에게 오는 사람은 내가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릴 것이다.“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 일을 돌아본 뒤에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 /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에 마음 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명나라의 시인 진계유가 지은 <뒤에야 알았네>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여러 ‘미덕’들을 실천해보고 난 뒤 그 덕을 실천하기 전의 자기 모습이 참으로 부족하고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는 내용이지요. 하지만 그의 ‘후회’는 그저 가슴을 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후회하는 만큼, 그 잘못을 바로잡은 지금의 모습에 기뻐하며 만족하는 만큼, 지금의 상태를 잘 유지하여 계속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힘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후회가 그저 슬픔과 절망이라는 감정으로만 끝나지 않았기에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리라는 희망이 있는 겁니다.
그것이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배신한 유다 이스카리옷처럼 후회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됩니다. 유다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뒤에야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깨닫고 후회했습니다. 그렇게 깊은 슬픔과 절망에 빠져서는 그런 대죄를 저지른 자신은 이제 틀렸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이 상황을 바로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후회라는 감정에만 매달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달랐습니다. 그도 예수님을 그것도 세 번이나 배신하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후회에만 매달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뉘우쳤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온전히 의탁하며 그분께 다가가고자 노력했습니다. 후회가 아니라 ‘회개’를 한 것이지요. 자기 허물과 잘못에도 불구하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물 속으로 뛰어드는 그의 모습을 보시고, 주님은 그에게 세 번의 배신을 세 번의 사랑 고백으로 보속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렇게 베드로는 구원받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계속해서 ‘생명의 빵’에 대한 가르침이 이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내가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릴 것이다.” 후회라는 감정에만 매달려 자포자기하며 주저앉지 않는다면, 당신을 굳게 믿고 당신의 사랑과 자비를 간절히 바라며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당신께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예수님께서 세상 종말의 날에 우리를 다시 살리시어 당신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신다는 뜻입니다.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식당에 가야하는 것처럼, 생명의 빵을 먹으려면 오롯이 주님만 바라보고 그분께로 나아가야 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실수나 잘못을 해도 괜찮습니다. 주님은 죄인을 벌 주러 오신 분이 아니라, 죄인을 당신 곁으로 불러 회개시키려고 그렇게 하여 그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려고 오신 분이니까요. 그러니 주님을 굳게 믿고 그분 뜻에 합당하게 살기 위해, 그분 사랑 안에 머무르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받아모시는 성체가 참된 생명을 주는 양식이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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