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6,53~54)
몇 년 전 저는 독일의 유명한 코메디언인 ‘하페 케르켈링’이 쓴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라는 책을 읽고 난 뒤, 한동안 산티아고 순례를 가고 싶은 열망이 강했지만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독서의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서 사도 바오로의 체험과 겹치면서 ‘길’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강렬하게 제게 다시 다가옵니다. 지금도 하페처럼 수없이 많은 순례객이 의심과 불안 속에 홀로 800km의 고독한 산티아고 길에서 끊임없이, ‘나는 누구이며, 하느님은 참으로 존재하는가? 존재하신다면 그분은 어떤 분이신가?’라고 질문하면서 길을 걷고 마침내 그 해답을 찾으리라 믿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다마스쿠스의 길에서, 인격적인 예수를 만났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윤리적인 회심이나 개종이라는 피상적인 결과보다 개종의 본질적인 주체이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체험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진리와 생명의 빛이신 그분의 비추심과 아빠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자신이 누구인가를 깨닫게 되고, 참된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귀의해서는,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갈2,20) 하고 고백하였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성 아오스딩은 “너희가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하고 표현했는지 모릅니다.
오늘 복음은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6,51) 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유다인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6,52)하고 그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사실 예수님의 최후 만찬 그리고 부활 이후에 성령을 받고서야 예수님의 이 말씀의 진의를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성령의 도움 없이 어느 누가 이 말씀을 온전히 이해할 사람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부활의 시선에서 보면 예수님께서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6,53~54) 라는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잖아요. 예수님은 당신 생명을 십자가에 봉헌하심으로써 당신의 몸과 피를 영원한 생명을 위한 음식과 음료로 온전히 내어 주심으로 우리를 부활하게 하시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도록 하신 것입니다. 주님의 살을 먹고 주님의 피를 마시는 사람은 단지 먹고 마심으로 끝나지 않고 그 몸과 피를 마시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의 존재와 생명 안에 머물게 하고 동참하도록 하여 당신과 하나가 되도록 하십니다. 이로써 예수님께서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입니다.” (6,57)하고 확약해 주십니다. 여기서 ‘말미암다.’는 것은 ‘원인이나 근거가 되다.’는 뜻이며, 이로써 예수님은 자신의 존재 이유가 바로 하느님이시며, 아빠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고 완성하는 게 당신 파견의 목적이라고 가르치십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예수님께서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처럼 우리 역시도 예수님의 참된 생명의 양식이며 음료인 당신의 몸과 피를 모심으로써 예수님처럼 예수님을 통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 또한 우리의 존재 이유이며 존재의 근거가 되는 아빠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고 완성하는 삶과 존재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참된 부활의 삶입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살지 아니하고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부활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른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6,55~57) 하고 말씀하십니다.
다마스커스 여정에서 사울은 빛이신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께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사9,5)라고 묻자, 주님께서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는 말씀과 그 주님의 이끄심으로 새로운 빛으로. 부활로 인도됩니다. 마침내 진리에 눈멀었던 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면서 다시 보게 되었다.” (9,18) 라는 기록은, 바로 바오로가 체험한 부활을 암시합니다. 이 만남 체험으로 물과 성령의 세례를 받고 ‘사울’에서 ‘바오로’로 거듭났으며, ‘가던 길을 바꿔 새로운 길이신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살게 되었으며, “곧바로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선포하였다.”(9,20)하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사도 바오로는 한 생을 주님의 증인으로 선택된 삶을 충실히 사셨던 것입니다. 이 체험은 그에게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르16,15) 하고 가르치신 명령을 실행하면서 부활의 증거자가 되게 하였습니다. “주님, 주님은 바로 길이며 진리이고 생명이심을 당신 부활로 확인해 주셨으니 저희 또한 사도 바오로처럼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저희 삶으로 증거하도록 무엇보다 먼저 저희 눈을 가리고 있는 이기심과 교만과 거짓의 비늘을 제거해 주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