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성체 성사로 영원한 생명을 / 부활 제3주간 금요일(요한 6,52-59)

이스라엘 백성처럼, 그리스도인은 천상의 잔치에 참여하려면, 현세라는 그 광야의 거친 여정을 거치면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따로 양육되어야 할 게다. 최후의 만찬 때의 빵과 포도주다. 성체를 주님의 몸으로 믿고 받아들여 모심으로써, 우리는 예수님께서 가신 당신 희생의 길이 인생에 의미를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고 그 진실을 받아들인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신앙의 조상들의 인생관이 바뀌었듯이, '성체를 모시는 우리 가치관'도 새롭게 변해야만 한다.

노스승이 제자들에게 말했다. “새장의 새 한 마리를 꺼내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죽인 다음 그걸 다시 가져오너라.” 한참이 흘러, 주검의 새가 수북이 쌓였다. 그런데 평소 바보 취급을 당하던 제자 하나만 해진 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들 또 그 바보 때문이라면서 불평이었다. 이윽고 그는 새를 죽이지 않고 산 채로 안고 왔다. “아무도 없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나무와 풀이, 심지어는 하늘이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아무도 없는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하늘과 땅도 다 안단다. 스스로 똑똑하다던 제자들은 새 죽이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그러나 평소 놀림 받던 바보만이 스승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다.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과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생명을 얻지 못한다. 이를 먹고 마시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리리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그들은 내 안에 언제나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른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살듯이, 그도 나로 더불어 살게 된다.

이렇게 예수님은 살과 피를 준다는 표현으로 당신 애정을 드러내셨다.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를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 만드신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성체를 모셨다. 살면서 힘이 약해져 불안해지면 감실 앞에서 깊은 묵상에 한 번 빠져보라. 그리하면 마음이 맑게 되고, 오직 그분 생각으로 소박한 기도를 청하면 주님 음성을 듣게 될게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양식은 부모의 살과 피다. 자녀들은 그것을 먹으면서 양식을 준비하려 한 부모의 고생도 함께 먹는다.

그렇게 자란 자녀는 부모에게 감사의 마음을 지닌다. 그리고 부모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면서, 부모가 바라는 자녀로 살고자 노력한다. 우리가 하느님 자녀가 되는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손에 놓인 성체에서 우리는 매번 하느님의 살과 피를 본다. 이렇게 성체를 모시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분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으려 늘 묵상하며 하느님 자녀로 새로 태어난다.

인생은 누구나가 순례하며 하느님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기에 세상 것이 전부라고 여기면, 그때부터는 그분은 전혀 보이지 않게 되리라. 어떤 영적인 말도 들리지 않는 세상의 틀에 갇히는 것이리라. 이렇게 유다인들은 눈앞의 썩어 없어질 빵에만 관심을 두었다. 같은 빵이지만 생각이 달랐다. 우리는 먹고도 죽지 않는 빵이 바로 예수님임을 믿고 그분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그분과 함께 영원히 사는 길이다. 우리는 나 하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면서, 다른 이들이 겪는 불편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 겸손과 배려 없이 그저 자신만의 독선의 길을 가고자한다면, 성체성사의 참된 의미가 사라지리라. 따라서 이웃에게 나를 예수님처럼 아낌없이 나누어주면서, 그들과는 어떤 인간관계를 지녀야 할지를 늘 묵상하는 신앙인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