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제4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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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4-24 | 조회수249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부활 제4주간 수요일] 요한 12,44-50 "누가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 하여도, 나는 그를 심판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왔기 때문이다.”
인간이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희망은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하나는 ‘소망’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욕망’의 모습입니다. 그 둘의 공통점은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점입니다. 다만 무엇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지 그 내용이 다르지요. 욕망은 자신의 욕심과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입니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하기에 욕망이 클수록 하느님의 뜻에서 멀어지게 되고, 죄의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그에 비해 소망은 나를 통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입니다. 그런 소망을 간직한 이들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알아봅니다. 슬픔과 절망 속에서도 나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알아보고 위로와 힘을 얻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메시아’로 믿고 따르기를 거부하는 완고한 유다인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말씀하십니다. “누가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 하여도, 나는 그를 심판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왔기 때문이다.” 유다인들은 마음 속에 메시아를 통해 이루고픈 ‘욕망’을 품고 있었기에, 그 욕망을 기준으로 예수님을 바라보았기에, 그분이 주님이시자 구세주이심을 알아보지 못하고 배척하며 핍박하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예수님은 그들을 심판하거나 단죄하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심판과 단죄를 통해 강압적으로 당신을 믿게 하는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 안에 심어주신 그 자유 의지로 우리가 기꺼이 그리고 기쁘게 당신을 사랑하기를 그분은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그런 하느님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이 헤아리신 예수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세상이 당신을 모함하고 배척하며 박해할 지라도, 그 세상을 구원으로 이끄는 ‘십자가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겠다고 하십니다.
그런 예수님이 모습이 그분을 따르는 우리에게, 그분께서 주시는 구원과 참된 행복을 ‘소망’하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부족하고 약한 우리는 죄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죄로 묶은 매듭은 하느님께서 당신 자비로 풀어주시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죄를 뉘우치고 당신께 돌아가기만 하면 하느님께서 용서로 그 매듭을 풀어주겠다고 하시니, 우리가 당신께 희망을 두기만 하면 죄로 붉게 물든 우리 영혼을 하느님께서 당신 자비로 깨끗이 씻어주겠다고 하시니 우리는 그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굳게 믿으며 그분께 나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면 되는 것입니다. 진리의 빛으로 나를 비추는 과정이 부끄럽고 괴롭다고 해서 어둠 속으로 숨으려 든다면, 하느님을 닮은 거룩하고 의로운 존재로 변화될 기회, 그분과 함께 하늘나라에서 참된 행복을 누릴 소중한 기회를 놓쳐버릴테니 아무리 힘들어도 하느님 손을 꼭 붙들고 끝까지 버텨내야겠지요.
또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심판 대신 사랑을 택하셨으니, 우리도 남을 심판하거나 단죄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저럴 수가 있어?’라는 비난의 마음 대신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으면 저렇게까지 했을까?’하는 연민의 마음을 품는 것입니다. 세상이 죄로 물들어 어두워졌다고 해서 그 어둠을 탓하지 않고 그만큼 내가 더 큰 사랑으로 빛나야겠다는 마음을 품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루 하루를 하느님 뜻에 충실하게 사는 이들이 그분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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