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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영근 신부님_<“너희는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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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5-01 조회수244 추천수3 반대(0) 신고

 

제1독서
▥ 사도행전의 말씀 15,1-6 

 

그 무렵 

1 유다에서 어떤 사람들이 내려와, “모세의 관습에 따라 할례를 받지 않으면 여러분은 구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하고 형제들을 가르쳤다.
2 그리하여 바오로와 바르나바 두 사람과 그들 사이에 적지 않은 분쟁과 논란이 일어나,
그 문제 때문에 바오로와 바르나바와 신자들 가운데 다른 몇 사람이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과 원로들에게 올라가기로 하였다.
3 이렇게 안티오키아 교회에서 파견된 그들은 페니키아와 사마리아를 거쳐 가면서, 다른 민족들이 하느님께 돌아선 이야기를 해 주어 모든 형제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4 그들은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교회와 사도들과 원로들의 영접을 받고, 하느님께서 자기들과 함께 해 주신 모든 일을 보고하였다.
5 그런데 바리사이파에 속하였다가 믿게 된 사람 몇이 나서서, “그들에게 할례를 베풀고 또 모세의 율법을 지키라고 명령해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6 사도들과 원로들이 이 문제를 검토하려고 모였다. 

 


복음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 15,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 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잘린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 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런 가지들을 모아 불에 던져 태워 버린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오늘 복음은 '참포도나무와 가지'에 대한 비유입니다.

 

구약성경에서 포도나무는 이스라엘 백성을 지칭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참'이라는 형용사가 붙어서 예수님의 진리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참된 진리는 '참포도나무와 가지와의 관계', 곧 '참된 진리이신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를 통해서 드러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이 ‘관계’를 '붙어있다, 머물다, 열매 맺다'라는 세 가지 동사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여덟 번이나 반복되고 있는 '머물다'라는 단어입니다. 

'머물다'라는 말의 의미는 오늘 복음에서 우선 '붙어있음'을 말합니다.

곧 포도나무에 붙어있어서, 다른 데서가 아닌 바로 그 포도나무로부터 수액을 받아먹는 것, 그리하여 '열매를 맺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제자는 예수님께 ‘붙어있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 맺으실 수 있도록 자신을 비워드림이요, 그분의 말씀의 권능이 자신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허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하여 그분의 ‘참 생명’을 공유하고, 그분과 결합하여 있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사도 바오로는 <코린토인들에게 보내는 둘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과 결합하는 이는 그 분과 한 영이 됩니다.”

(1코린 6,17)

그러기에 '머물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상호 불가분의 긴밀한 관계'로 ‘붙어있음’ 말합니다.

곧 '상호 내주 혹은 상호 공유의 관계'로 하느님과 인간이 함께 벌리는 역동적인 활동이 벌어지는 ‘상호 친교’요, ‘상호교제’요, ‘상호 교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예수님께서는 사도 베드로가 그의 둘째 편지에서 밝히듯, 우리를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게 하셨습니다.”(2베드 1,4)

참으로 우리는 참 포도나무이신 그분과 이토록 신비롭게 결합되어 있고, 참으로 신비로운 방식으로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에 계시며 활동하십니다.

 

바로 이 ‘공동본성’이 우리에게 신적 진리, 참된 진리를 가능케 하는 자리요, 사랑이 피어나는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신비로운 '공동본성'(Connaturality) 결합을 두고, 천사적 박사라 불렸던 토마스 아퀴나스는 경탄하여 이렇게 탄성을 질렀습니다.

“아, 우리가 하나라는 걸 그토록 모르는가?”

그리고 그는 공동본성에서 오는 사랑의 지혜를, ‘하느님 사랑으로 주어지는 신적 지혜’ 혹은 ‘관상’이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신적 진리, 참된 진리에 참으로 머물러 있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가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오늘 복음에서 찾아본다면, “너희는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라는 말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곧 가지는 나무에 속해 있을 뿐 스스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곧 가지가 나무를 지탱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가지를 존속시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요, 그분께 승복하여 그분의 사랑을 받아들여 참된 사랑의 열매를 풍성히 맺는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요한 15,5)

 

주님!

오늘도 십자나무에 붙어 당신 사랑을 수혈 받게 하소서.

제 삶에 사랑의 피가 흐르게 하고 그 사랑 내어주게 하소서.

당신처럼 십자나무에 붙어 자신을 내어주게 하소서.

당신은 골고타 언덕에 심어진 참 포도나무.

당신만이 저의 혈관, 저의 숨통입니다.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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