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제6주간 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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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5-06 | 조회수225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부활 제6주간 월요일] 요한 15,26-16,4ㄱ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그들의 때가 오면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게 하려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이 고통과 시련을 겪게 될 거라고 예고하십니다. 그런데 그 박해 예고가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보통 앞으로 닥쳐올 안좋은 일을 미리 알려줄 땐 그 일을 피할 수 있거나 혹은 그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그 마저도 안되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함께 알려줄 거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박해의 상황만 예고하실 뿐 박해를 피하거나 극복할 방법은 알려주지 않으시니 그 박해를 마주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예수님의 모습이 당황스럽고 야속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박해 예고 후에 우리에게 해 주시는 말씀은 단지 이것 뿐이지요. “그러한 때가 오면 내가 한 말을 기억하라고 너희에게 이렇게 미리 말해 두는 것이다.” 당신이 우리가 박해를 겪을 것을 미리 알려주셨음을 우리가 기억하게 하시려고 알려주셨답니다. 당신이 부재하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시지 않기 위해 미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시는 것도 아니고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습니다. 그런 예수님의 모습이 참으로 무력해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무책임한 분인줄 알았다면 괜히 따랐구나 싶습니다. 대체 예수님께서는 왜 그러시는걸까요?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를 제대로 깨닫기 위해 필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즉 내 안에 어떤 믿음을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그분께서 하신 말씀이 다른 의미로 이해되는 겁니다. 믿음이 약한 이는 박해를 예고하시는 예수님이 원망스러울 것입니다. 그런 일이 생길 것을 뻔히 아셨으면서 왜 미리 막아주지 않으셨는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겠다고 하셨으면서 왜 당신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지 않으시는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예수님을 향한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러기 전에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내가 겪는 고통과 시련이 주님이 나를 위해 일부러 준비하신 그분 뜻이라면 내가 불평 불만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까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위한 당신의 뜻을 어떻게든 이루시는 분이니까요.
그렇다면 불평 불만보다 이런 마음가짐을 지니는게 좋을 겁니다. ‘내가 지금 겪는 이 상황은 주님께서 이미 말씀하셨던거야, 즉 다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그분의 큰 그림, 섭리, 과정 안에 있는거야. 그러니 지금 당장 힘들고 괴롭다고 해서 절망할 거 없어.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분을 끝까지 믿고 따른다면 결국 주님께서 나를 위한 당신의 좋은 뜻을 이루실거야. 그러니 힘을 내보자. 그러려고 신앙생활 하는 거잖아.’
주님의 뒤를 따라가는 신앙의 길에서 고통과 시련, 박해와 미움은 없어져야 할 나쁜 것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주님께 대한 자기 믿음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이자, 다른 이들 앞에서 주님께 대한 신앙을 당당하게 증언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그런 구원의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니지요. 그러니 왔을 때 꽉 움켜잡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주님께 대한, 그분 말씀에 대한 온전한 신뢰와 순명의 자세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그러도록 준비시키시기 위해 박해의 상황을 미리 알려주시고 대비할 시간을 주시는 것이지요. 그러니 그 아까운 시간을 불평과 불만으로 날려버리지 말고 기도와 성찰, 회개와 감사로 채워가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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