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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님_5월 9일 부활 제6주간 목요일< '이런이런 경로로 수난과 죽음을 거쳐 부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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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5-09 조회수184 추천수2 반대(0) 신고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요한 16,16)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이런이런 경로로 수난과 죽음을 거쳐 부활하리라'고 구체적으로 예고하실 때도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오늘의 대목에서처럼 빗대어 말씀하셔도 이해하기 힘들어 합니다.

"그것이 무슨 뜻일까?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알 수가 없군."(요한 16,18) 정말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인지, 직면할 자신이 없어 모르는 척 무지를 선택한 것인지 그들 자신만 알 겁니다만, 사실 꽃길만 걷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 앞으로 닥쳐올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미리 대면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아, 이대로 계속 가면 좋겠다'고 느낄 때가 있지요. 대개 뭔가 순조롭고 평탄하고 미래의 빛이 보일 때 그렇게 여깁니다. 터무니없이 큰 걸 바라지 않으면서 소소한 만족과 안정감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행복입니다. 그런데 뭔가 그 일상성이 무너질 것 같은 예감이 닥칠 때가 다가옵니다. 인간 삶에서 영원한 건 없으니까요. "조금 있으면..."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제자들이 그런 불길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곧 닥쳐올 어둠의 시간, 스승을 빼앗기고 목자 잃은 양처럼 흩어져 목적과 의미의 혼란을 겪게 될 두려움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수수께끼같은 이 말씀에서 감지할 수 있으니까요.

"너희는 울며 애통해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요한 16,20)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길도 여느 인생길처럼 슬픔과 기쁨이, 고통과 평화가, 죽음과 생명이 항상 짝을 이루어 다닌다는 걸 알려주려 하십니다. 짧은 생각으로는 좀 더 좋고 편한 쪽만 계속되면 좋겠건만 인생은 그걸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조금 인생을 살아 본 제자들은(우리는) 제법 알고 있지요. 코헬렛 저자 역시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 뛸 때가 있다."(코헬 3,4)고 누구나 다 아는 (누구나 다 알지만 자주 잊어버리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고요.

오늘 독서에서는 바오로 사도의 코린토 선교를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겪어온 것처럼 여기서도 바오로는 성공과 실패를 두루 체험하게 됩니다. 서로 도우며 힘이 될 신앙의 동료 아퀼라와 프리스킬라를 만났고 또 기다리던 실라스와 티모테오까지 합류하여 온전히 말씀 전파에만 전념하게 되니 더 바랄 나위가 없었을텐데, 이대로 쭈욱 갈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곧 난관에 부딪히지요.

"반대하며 모독하는 말을 퍼붓는"(사도 18,6) 이들에게서 또 한 번 거부 체험을 당해야 했던 바오로 사도는 옷의 먼지를 털고 선언합니다. "여러분의 멸망은 여러분의 체험입니다. 나에게는 잘못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나는 다른 민족에게로 갑니다."(사도 18,6) 이 선언은 진정으로 동족의 구원을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며 최선을 다한 이만이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는 그래도 유일신 사상과 종교적 체험의 뿌리를 공유하는 유다인들에게 먼저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려 했지만 번번이 난관에 부딪혔던 것이니까요. 그래도 오늘 제1독서의 마무리는 코린토 사람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이 믿고 세례를 받은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방금 겪은 어둠과 절망처럼 보이는 체험이 빛과 희망으로 이어지고 있네요.

과연 예수님 말씀처럼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기쁨은 먼저 근심이 있어야 깨달을 수 있는 기쁨입니다. 먼저 실패가 있어야 성공을 느끼고, 먼저 상실을 체험해야 획득에 감사합니다. 먼저 없어 봐야 작은 것에도 만족하게 되고, 먼저 죽음이 있어야 부활을 압니다.

일상의 삶에서처럼 영성생활에서도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고, 빼앗길 때가 있으면 다시 얻을 때가 있습니다. 주님 안에 충만히 머무르며 진보하고 성장할 때가 있고, 주님이 안 계신 듯 공허하고 메마를 때가 있지요. 대부분의 고통의 순간이 그렇듯, 영적 메마름이 오면 언제 좋았는지 언제 주님을 누리며 행복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영혼은 슬픔에 빠져버립니다만, 그럴 때는 "조금 있으면"과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견디어야 합니다. 꿋꿋하게 나아가다보면 살짝 가리워졌던 은총이 다시 비칠 때가 옵니다. 반드시 옵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조금 있으면"과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이라는 말씀에는, 일상 삶과 영성생활에서 주님의 현존과 부재의 리듬을 잘 타라는 예수님의 자상한 예고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 믿고 갑시다.
 

 

◆ 출처:  원글보기;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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