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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승천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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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글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오늘의 묵상 (김혜윤 베아트릭스 수녀)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05-11 조회수501 추천수9 반대(0)

지난번 성지순례 갈 때입니다. 가기 전에 몇 가지 준비를 하였습니다. 사무실에서 사용할 체크에 미리 사인을 해 놓았습니다. 사무장님이 30장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사제관에는 보름정도 자리를 비우니 빨래를 미리 해 놓았습니다. 쓰레기도 모두 치웠습니다. 사제관 청소를 하는 날은 부주임 신부님께 문을 열어 놓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물도 대충 정리했습니다. 신문사에 있을 때도 출장을 갈 때면 비슷하게 준비했습니다. 제가 없더라도 사무실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체크에 사인하고, 서류 결재하고, 원고 교정보고, 냉장고도 정리했습니다. 제가 성지순례도, 출장도 잘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없어도 직원들이 성당과 사무실을 잘 지켜 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꼭 알아야 할 일이 있을 때면 메일이나 문자로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제가 없을 때, 오히려 더욱 열심히 자리를 지켜준 직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보좌신부로 있을 때입니다. 본당 신부님께서 휴가를 가시면 가능하면 외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약속도 많이 잡지 않았습니다. 본당 신부님께서 저를 믿고 휴가를 가셨기 때문입니다. 평일미사 2번과 주일미사 4번도 기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본당 신부님이 오시면 기뻤습니다. 업무가 줄어서가 아니라, 본당 신부님의 자리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하셨습니다. 주님을 그리워했던 막달라 마리아에게 부활하신 주님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주님께서 부활하셨음을 제자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의 말을 믿지 못했던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의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제자들에게 평화을 주셨습니다. 두려움에, 절망에 숨어있던 제자들은 담대하게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예수님의 손에 난 못 자국을 만져보고, 옆구리에 있는 창 자국을 만져보고야 믿겠다는 토마 사도에게도 부활하신 주님의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토마 사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토마야,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복되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성경 말씀을 풀이해 주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성경 말씀을 풀이 해 주셨을 때 가슴이 떨렸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착한 목자는 양들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양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고 하셨습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셨습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서 떨어지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협조자, 진리의 성령을 보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준비를 마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믿고 승천하셨습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주님의 승천을 보면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제자들에게 천사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 그렇습니다. 제자들이 해야 할 일은 하늘만 쳐다보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신 사명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것입니다. 마치 제가 없을 때, 직원들이 더욱 열심히 자리를 지키고, 일을 했던 것처럼, 제가 본당 신부님이 안 계실 때, 자리를 잘 지켰던 것처럼, 제자들은 주어진 사명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제자들은 떠나가서 곳곳에 복음을 선포하였다. 주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표징들이 뒤따르게 하시어, 그들이 전하는 말씀을 확증해 주셨다.” 그렇습니다. 직원들에게 제가 성지순례를 어디로 갔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출장 가서 어떤 일을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해야 할 일을 충실하게 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복음을 충실하게 전하기 위해서 교회는 오늘을 홍보주일로 정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주님을 충실하게 전할 수 있을까요? 꽃이 아름답게 피면 그 향기가 바람에 날아갑니다. 많은 벌과 나비는 꽃이 찾아가지 않았어도 그 향기를 따라서 꽃에게 오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이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향기가 된다면, 우리의 발과 손이 주님을 전하는 발과 손이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우리를 보고, 교회를 찾아 올 것입니다. 바다로 세상의 모든 물이 모이는 것은 바다가 높은 곳에 있지 않고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겸손함이 세상의 빛이 될 수 있다면, 고독과 외로움 때문에 방황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참된 선교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복음 선포입니다. 예수님의 승천이란 우주선을 타고 가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현재를 옹골차게 딛고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승천은 좌절과 두려움에서 희망과 신념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나의 삶의 자리에서 변화된 삶을 시작하는 것이 바로 승천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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