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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령 강림 대축일 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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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5-19 조회수253 추천수3 반대(0) 신고

[성령 강림 대축일 나해] 요한 20,19-23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오늘은 성령의 활동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은사에 대해 돌아보는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부활하시어 하늘에 오르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주십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우리들 각자에게 알맞은 방법으로 찾아오시어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시고 주님 뜻을 따르도록 인도하시지요. 때로는 뜨거운 불꽃의 모습으로 오십니다. 우리 마음에 정화의 불길을 일으켜 하느님 뜻에 맞지 않는 불순한 것들을 태워버리고, 그분의 뜻을 따르고자 하는 순명과 사랑의 마음만을 남기시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처음 만드셨을 때의 그 거룩하고 순수한 모습을 회복하여, 하느님을 닮은 그분 자녀로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지요.

 

때로는 바람의 모습으로 오십니다. 매서운 태풍으로 내 마음 속에 잔뜩 쌓인 욕심과 집착을 쓸어버리시기도 하고, 따스한 미풍으로 고된 세상살이 속에서 상처입은 내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시기도 합니다. 그러면 내 마음이 살처럼 부드러워져 삶의 참된 기쁨을 만끽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하느님의 현존에 대한 굳건한 믿음, 그분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분명한 확신 속에서, 그 어떤 고통과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지니게 되지요. 주님께서 주시는 참 평화를 누리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삶의 모든 순간에 성령께서 늘 함께 해 주시기를 기도 중에 청해야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우리는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사는 이들이 어떤 은사를 받게 되는지, 그리고 성령께서 그 은사를 주시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보게 됩니다. ‘불꽃 모양의 혀들’이 사도들 위로 내려앉자 그들은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대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지요. 그들이 받은 은사는 말씀을 선포하는 은사였던 겁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선포하는 말씀을 듣는 이들이 ‘저마다 자기 지방 말로’ 알아들었다는 점입니다. 마치 누군가 옆에서 ‘동시통역’을 해주는 것처럼 말이지요. 여기서 성령의 은사가 누구를 위해 내려졌는지가 드러납니다. 사도들이 자기 신앙과 능력을 뽐내고 으스대라고 내린 게 아니라, 그들이 선포하는 말씀을 듣는 이들이 거기에 담긴 뜻을 잘 알아들으라고 내린 은사였던 겁니다. 그러니 은사를 받은 이들은 자기를 내세우며 잘난 체 할 게 아니라, 자신에게 내린 은사를 통하여 다른 이들을 하느님께 대한 참된 믿음으로 이끌었는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또한 다른 이에게 내린 은사를 목격하는 이들은 그와 자신을 비교하며 부러워하거나 질투할 게 아니라, 성령께서 그에게 은총을 베풀어주셨음을 믿으며 거기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은사가 나에게서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성령의 은사는 몇몇 사람들에게만 선택적으로 내려지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드러나듯 주님께서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우리 제자들 모두에게 성령을 보내주시어 다양한 은총과 힘을 주십니다. 그 은총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1) 슬기 (지혜) : 하느님에 관한 것들을 올바로 판단하고, 맛들이며, 실천하도록 돕는 은혜입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하느님의 마음으로 생각하며 그분 중심으로 판단하려는 노력 안에서 발현됩니다.

 

2) 통달 (깨달음, 이해) :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계시진리를 깊이 통찰하여 잘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은혜입니다. 시간을 일부러 내서라도 열심히 기도하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이 신앙의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3) 의견 (일깨움) : 신앙인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올바르게 판단하게 하는 은혜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양심에 따라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라고 용기있게 외치는 이들이, 자기 분수를 알고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누리는 당당함과 담대함입니다.

 

4) 지식 (앎) : 믿어야 할 진리와 믿지 말아야 할 거짓을 확실히 분별하게 하는 은혜입니다. 자기 욕심과 고집에 집착하지 않고 하느님을 ‘나의 주님’으로 모시며 그분 뜻에 순명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사이비 같은 엉뚱한 길에 빠지지 않고 항상 올바른 길을 걷게 됩니다.

 

5) 굳셈 (용기) : 신앙생활 하는 중에 겪는 어려움이나 시련, 위험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성령께서 주시는 힘입니다.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라는 주님 말씀을 흔들림 없이 믿으며 주님을 아는 만큼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그분을 점점 닮아가는 영광을 누립니다.

 

6) 공경 (받듦, 섬김, 효경) : 하느님을 나의 ‘아버지’로 섬기며 그분께 자녀다운 사랑을 드리도록 이끌어주는 은혜입니다. 하느님을 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 하지 않고, 그분 뜻을 실천하여 그분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그분 자녀로 사는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7) 두려워함 (경외) :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으로 죄를 피하게 하는 은혜입니다. 벌 받을 것이 두려워 마지못해 피하는게 아니라, 그분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기 싫어서 적극적으로 피하는 것입니다. 말로만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지 않고, 그분 마음에 드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이 이 세상에서부터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내가 받은 성령의 은총이 내 안에서 열매 맺게 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은 우리에게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용서와 사랑은 성령의 열매입니다. 성령을 받고 그 인도에 따르며 힘을 얻어야 미운 사람을 용서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연쇄 살인마 유영철을 용서하고 더 나아가 자기 양자로까지 삼은 고정원씨는 다른 피해자들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며 비난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가 살려고, 단지 내 힘으로 용서한게 아니라, 기도 안에서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성령께서 주시는 힘으로 용서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저 용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랑이 그의 마음에 참된 평화와 기쁨이라는 열매를 맺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나에게 잘못한 이를 내가 용서하면 하느님께서도 그를 용서하실 것이고 그와 나 모두가 성령께서 내려주시는 충만한 은총 속에서 기쁨과 행복이라는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미움과 원망에 사로잡혀 그를 용서하지 않으면 성령께서 나에게 주시는 은총들이 열매 맺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있다가 썩어 없어지고 맙니다. 그러니 용서해야 합니다. 용서를 통해 성령의 은총을 맘껏 누려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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