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8주간 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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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5-27 | 조회수286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연중 제8주간 월요일] 마르 10,17-27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한 사람이 예수님 앞에 나아와 무릎을 꿇고 묻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예수님의 능력을 이용해서 병을 고치거나 음식을 배불리 먹거나 하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이던 일반적인 군중들과는 사뭇 다른, 나름 ‘구도자’적인 태도이지요. 그런 그의 마음 자세를 좋게 보신 예수님은 우선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들을 충실히 지키라고 그 일차적인 방법을 알려 주십니다. 그랬더니 그는 사뭇 자신만만한 태도로 그런 기본적인 계명들은 자신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충실히 잘 지켜왔노라며 당당하게 답하지요. 그는 아마도 유복한 바리사이 집안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엄격한 율법 교육을 받았을 겁니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으니 왠만해서는 율법을 어길 일이 없었을 것이고, 율법을 어기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분위기 속에 자랐으니 작은 계명 하나까지 더 충실히 지키기 위해 애썼겠지요.
그러나 그의 율법 실천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벌 받지 않기 위해 율법을 어기지 않았을 뿐이고, 자신이 구원 받기 위해 계명을 지켰을 뿐인 겁니다. 자기 이웃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슬픔과 고통을 겪고 있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요. 그러니 당연히 이웃에게 선을 베풀 일도, 사랑을 실천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 반쪽 짜리 신앙생활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기에, 예수님께서는 그가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보다 완전한 신앙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십니다. ‘나’만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우리’를 향할 수 있도록, 그가 작고 약한 이들에게 사랑과 자선을 실천하여 하늘에 보물을 쌓으라고 알려 주신 것이지요.
그동안 신앙생활을 충실히 잘 해왔으니 이제 한 단계만 더 나아가면 되는데, ‘하느님 나라’가, ‘영원한 생명’이 거의 눈 앞에 있는데, 그는 그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합니다.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기를 거부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 버린 겁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싫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못 믿어서도 아니었습니다. 그에게는 자신이 소유하고 누리는 그 많은 재물이 영원한 생명보다 더 소중했기에 그걸 내려놓으라는 예수님 말씀을 도저히 따를 수 없었던 것이지요. 성경에서 부자는 단순히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돈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돈이 많든 적든 돈에 집착하는 마음이 커서 하느님 뜻을 외면한다면 그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돈을 좋아하면 스스로 지옥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돈에 대한 욕구 그 자체가 아무리 채우려고 노력해도 점점 더 커지기만 하는 고통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참된 기쁨은 그 돈에 대한, 세상이 주는 물질적 즐거움에 대한 집착을 끊을 때 비로소 누리게 되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그 부자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 부자가 지닌 부족함은 바로 ‘빈 곳’이 없다는 점입니다. 내 마음 안에 빈 자리가 있어야 하느님께서 그 안에 들어오셔서 섭리하시고 이끄실텐데, 그 안에 세상 즐거움을 찾는 욕망이, 재물에 집착하는 마음이 꽉꽉 들어차 있으니 하느님께서 들어가실 자리가 없는 겁니다. 그런 상태로 계속 살다가는 욕망과 집착에 잡아 먹히게 됩니다. 목 마르다고 콜라를 마시면 더 큰 갈증을 느끼다가 탈수 증세에 빠지는 것처럼, 세상 것들을 벌컥 벌컥 들이키다가 영적인 탈수 증세에 빠져 하느님과 그분 뜻을 찾을 힘과 의지를 잃어버리는 것이지요. 이른 바 ‘영적인 혼수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세상에서 노력하여 얻은 것들을 ‘다 필요 없다’고 부정하시거나 폄하하시는게 아닙니다. 나라는 존재 안에 빈 자리가 나야 하늘의 섭리가 들어갈 공간이 생기니 사랑과 자비의 실천으로 그 자리를 좀 만들라고, 그렇게 함으로써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된 기쁨과 행복을 좀 누려보라고 초대하시는 것이지요. 각자가 비워내야 하는 항목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내가 집착하는 그것이 바로 내가 비워내야 하는 것이기에 어렵습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을, 나에게 가장 좋은 것들을 알아서 채워 주신다는 전적인 신뢰와 의탁이 필요합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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