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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반영억 신부님_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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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5-30 조회수216 추천수2 반대(0) 신고

 

 

시력을 잃어 사물을 보지 못하는 요한 형제가 있습니다. 그는 신부의 특별강론이나 강의가 있으면 녹음합니다. 앞이 보이지도 않는데도 방송기기를 잘 다룹니다. 녹음하여 나눠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본당의 자료정리를 위해서 합니다. 아무리 좋은 강연이 있어도 지나가고 나면 그만이기에 기회가 되는 대로 정리를 합니다. 그는 눈이 보이지 않지만, 영적인 눈을 뜨고 있습니다. 미래를 볼 줄 압니다. 멀쩡한 눈을 가진 사람은 아무 생각이 없는데, 그는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많은 자료를 보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눈뜬장님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매오라는 눈먼 거지는 길을 지나가시는 예수님께 간절히 외쳤습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눈이 멀었다는 것은 항상 어둠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가 어둠 속에서 불행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은 눈이 멀었기 때문입니다. 그 불행을 벗어나는 길은 눈을 뜨고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외쳐야 했습니다.

 

자비는 하느님의 핵심이며 본질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애간장이 녹아나는 사랑입니다. 죄를 저질러도 잘못을 가리지 않고 먼저 받아들이는 사랑,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사랑입니다.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누구도 그 사랑을 막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었지만” 그는 사랑을 갈망하였고 예수님께서는 외면하지 않으시고 “그를 불러오너라.” 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나를 어떤 모양으로 부르고 계실까? 누구를 통해서 부르실까? 아니 나를 불러 주시기를 갈망하고 있는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일어나게. 예수님께서 당신을 부르시네” 하자 바르티매오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로 갔습니다. 당시에 겉옷은 중요한 재산입니다. 신분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낮에는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천막이고, 밤에는 추위를 견딜 수 있게 하는 이불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버리고 주님께 갔습니다. 예수님께 가는 데 장애 되는 전 재산, 신분마저 버리고 따른 것입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거지가 아닙니다.

 

제자들도 겉옷을 벗어버려야 합니다.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못된 습성, 높은 자리에 앉아 지배하고 대접받으려는 교만함을 버리고 낮은 자리를 차지하고 희생 봉사하며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자신을 버리기를 두려워하는 마음,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 하는 마음을 벗어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부름을 받았으면 지체함 없이 “벌떡” 일어나야 합니다. 노숙자들을 만나보면 구걸하는 삶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창피한 마음이 들어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금방 익숙해지더라.” 하고 말합니다. 연민에 갇힌 자신의 신분에서 일어서야 할 때입니다.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하시는 예수님의 물음에 눈먼 바르티매오는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눈을 떠야 합니다. 영의 눈을 떠야 영이신 분을 볼 수 있습니다. 영의 눈을 떠서 주님을 본다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큰 영광이며 소원입니다.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분, 능력을 드러내시는 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지녀야 합니다. 영의 눈이 뜨여 볼 것을 보며 살아야 합니다. 시편 저자는 말합니다. “‘너희는 내 얼굴을 찾아라.’ 하신 당신을 제가 생각합니다. 주님, 제가 당신 얼굴을 찾고 있습니다. 당신 얼굴을 제게서 감추지 마시고 분노하여 당신 종을 물리치지 마소서. 당신은 저의 도움입니다”(27,8-9). 보지 않아도 될 것에 마음 빼앗기지 않길 기도합니다.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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