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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송영진 신부님_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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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6-04 조회수247 추천수3 반대(0) 신고

 

“그 뒤에 그들은 예수님께 말로 올무를 씌우려고,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 몇 사람을 보냈다. 그들이 와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저희는 스승님께서 진실하시고

아무도 꺼리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것을 압니다. 과연 스승님은

사람을 그 신분에 따라 판단하지 않으시고, 하느님의 길을

참되게 가르치십니다. 그런데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위선을 아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다 보여 다오.’ 그들이 그것을 가져오자

예수님께서, ‘이 초상과 글자가 누구의 것이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황제의 것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이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

그들은 예수님께 매우 감탄하였다(마르 12,13-17).”

 

1) “황제에게 세금을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라는 질문은, “황제의 통치권을 인정해야 합니까,

인정하지 말아야 합니까?” 라는 뜻입니다.

만일에 예수님께서 세금을 바치라고 대답하시면,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은 “예수는 민족의 반역자다.”

라고 떠들고 다녔을 것이고, 세금을 바치지 말라고

대답하시면, 로마 제국의 통치를 반대하는 반역자라고

로마 당국에 고발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위선을 아시고” 라는 말씀은,

그들이 파 놓은 함정을 아셨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오라고

말씀하신 것은 그들의 위선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이 곧바로 데나리온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자기들이 그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로마 황제의

돈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그 돈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고, 돈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로마 황제의 통치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황제의 통치권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세금을 바쳐야 하느냐,

바치지 말아야 하느냐? 라고, 마치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처럼

질문하는 것은, 자신들이 위선자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2) 아마도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은 예수님께서

세금을 바쳐야 한다고 대답하시거나 바치지 말아야 한다고

대답하시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황제의 것’만 생각하느라고

‘하느님의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을 것입니다.

온 세상의 모든 것이 다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에,

하느님 앞에서 ‘황제의 것’이란 원래 없습니다.

따라서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 라는 말씀은, “하느님 뜻에

합당하다고 생각되면 세금을 바치고,

하느님 뜻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세금을 바치지 마라.” 라는 뜻입니다.

<이 말씀에는, “너희는 이미 로마 황제의 통치 질서 속에서

살고 있고, 로마 황제의 돈을 사용하고 있으면서,

왜 세금 문제로 고민하는 척 하느냐?” 라고

꾸짖으시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3)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 라는 말씀을, “정치는 정치고, 종교는 종교다.

종교인은 정치에 간섭하지 마라.”로 해석하면서,

우리 교회가 사회 정의와 민주화를 위해서 일하는 것을

비판하는 자들이 있는데, 아주 잘못된 해석입니다.

온 세상 모든 것이 다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에, 정치도

‘하느님의 것’이고, 하느님 뜻에 합당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 교회가 사회 정의와 민주화를 위해서 일하는 것은

정치에 간섭하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 뜻을 실현하기 위한 일입니다.

 

4) 시편 작가는 이렇게 찬미합니다.

“당신께서는 인간을 먼지로 돌아가게 하시며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아, 돌아가라.’ 정녕 천 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야경의 한때와도 같습니다. 당신께서

그들을 쓸어 내시면 그들은 아침잠과도 같고, 사라져 가는

풀과도 같습니다. 아침에 돋아났다 사라져 갑니다.

저녁에 시들어 말라 버립니다(시편 90,3-6).”

독재자의 독재 권력은 먼지처럼 사라져 버릴 허무한 것이고,

그들의 집권 기간은 잠깐 동안의 ‘아침잠’과도 같은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이사야서를 인용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인간은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꽃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주님의 말씀은

영원히 머물러 계신다.’ 바로 이 말씀이

여러분에게 전해진 복음입니다(1베드 1,24-25).”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입니다.

허무하고 비참하게 끝나지 않으려면,

너무 늦기 전에 회개해야 하고,

하느님 뜻에 합당하게 살아야 합니다.

야고보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허세를 부리며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자랑은 다 악한 것입니다(야고 4,14-16).”

여기서 ‘주님께서 원하시면’은 ‘주님께서 허락하시면’입니다.

주님 뜻을 거스르는 독재 권력은 권력이 아니라 죄입니다.

마찬가지로 주님 뜻을 거스르는 악법은 법이 아니라 악입니다.

<아주 잠깐 동안은 악인들의 허세가 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다 주님 뜻대로 이루어집니다.

그 뜻을 거스르는 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멸망뿐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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