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0주간 금요일] 오늘의 묵상 (최정훈 바오로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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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업로마노 | 작성일2024-06-13 | 조회수140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2024년 06월 14일 금요일 [연중 제10주간 금요일] 오늘의 묵상 (최정훈 바오로 신부)
엘리야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예언자의 사명에 충실하였지만, 그 결과는 참담합니다. 서슬이 퍼런 권력 앞에서도 목숨을 걸고 당당하게 옳은 소리를 외쳤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은 도망자가 되어 무기력하게 호렙산 동굴에 홀로 서 있을 뿐입니다. 그때 주님께서 엘리야에게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주님께서는 ‘산을 할퀴고 바위를 부수는 강한 바람’ 속에도, ‘온 땅을 뒤흔드는 지진’ 속에도 계시지 않으시며,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불’ 속에도 계시지 않으십니다. 주님께서는 이 모든 것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나타나십니다. 세상을 뒤흔드는 바람, 지진, 불은 엘리야 예언자의 역동적인 활동을 상징하는 듯 보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러한 역동적인 상황에서 엘리야에게 모습을 드러내시지 않으셨고, 그 모든 것이 지난 뒤 조용히 침묵 가운데 오셨습니다. 교회가 정의와 평화, 인권, 공동선, 환경, 생명 등의 문제에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높일 때, 엘리야와 같이 무기력한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목소리를 내어도 세상은 바뀌기는커녕 듣지도 않습니다. 주님의 소리를 외친 대가는 거센 비난과 싸늘한 비웃음, 대중이나 권력의 압박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묻게 됩니다. 교회가 행한 일들은 아무 의미가 없는가? 그 일 안에 주님께서 함께 계시지 않으셨는가? 그러한 실망 가운데서도, 하느님께서는 침묵 안에서 조용히 당신 계획을 준비하십니다. 당신의 뜻을 이룰 새로운 임금과 새로운 예언자를 세우시며 구원사를 끌고 가십니다. 이 세상의 정의와 평화가 반드시 내 손으로, 그리고 지금 내 세대에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께서 계획을 거두지 않으시고, 그 계획은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음을 믿습니다. 선의를 가지고 하느님의 일을 이어 가는 사람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고, 그들을 통하여 그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는 완성되어 갈 것입니다.
(최정훈 바오로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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