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반영억 신부님_사랑이 살아 움직이는 상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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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4-06-17 | 조회수167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한 유치원 원장님이 아이들에게 꽃씨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예쁜 꽃을 피워온 아이에게는 멋진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내가 제일 예쁜 꽃을 피워야지!’하며 신이 났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아이들은 꽃이 활짝 핀 화분을 들고 왔습니다. 그러나 원장님의 표정은 이상하게도 밝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아이가 빈 화분을 들고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저는 게을러서 꽃을 못 피웠어요!” 원장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그 아이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었습니다. 나누어준 씨앗은 싹을 틔울 수 없는 가짜 씨앗이었던 것입니다.
정말 싹을 틔워야 할 것은 우리의 진실한 마음입니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입니다. 무엇을 하든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야 합니다. 사실, 씨앗이 생명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면 아무리 기다려도 싹은 트지 않습니다. 또한 씨앗 자체의 신비로운 힘을 믿지 않는다면 씨앗에서 싹이 트고 새싹이 돋아나도록 땅을 가꿀 이유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를 희망하면서도 지금 여기서 하느님 나라의 삶을 살지 않는다면 그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실 땅에서 하늘이 열립니다. 그렇다면 하느님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요? 어떤 특정한 장소가 아닙니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는 세상의 군주처럼 남을 지배하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사람들을 철저히 섬김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 위에 군림하지 않고 그를 위해 봉사합니다. 그것이 사랑하는 방법이고 사랑의 질서이고 사랑의 길입니다. 그래서 사랑이 있으면 천국이고 사랑이 없으면 지옥입니다. 사랑이 살아 움직이는 상태가 하느님 나라입니다.
농부가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위해 봄에 씨를 뿌리고 뿌린 씨가 잘 자라도록 온갖 정성을 다해 가꾸듯이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 안에 뿌려진 하느님 말씀의 씨를 정성껏 가꿀 때 비로소 건설될 수 있습니다. 뿌린 씨가 잘 자라려면 씨 자체가 자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고, 동시에 뿌려진 땅이 비옥해야 합니다. 비와 햇빛도 있어야 합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튼실한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가슴에 새겨서 구체적으로 실천하게 될 때 선한 결실을 거두게 됩니다.
씨앗이 땅에 묻혀 모든 것이 끝나고 정지된 것처럼 보일 때 땅속에 있는 씨앗은 은밀하게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내가 행하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에 부합한다면 지금 당장 밝히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싹을 틔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회가 좋든 나쁘든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지금 여기서 하느님 나라를 가꾸어야 합니다. 나의 수고와 땀, 희생 봉헌이 미약해 보일지라도 결코, 작지 않음을 기뻐해야 합니다. 반드시 열매를 맺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12,24).
불신이 가득한 이 세상에 빈 화분을 들고 눈물을 지을 수 있는 진실함으로 하늘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이 있으면, 진실이 있으면 바로 그 자리가 하느님의 나라요, 불신과 거짓으로 서로를 경계하면 그 곳이 지옥입니다. 사랑으로 우리 마음 안에 하느님의 나라가 쑥쑥 자라길 기도합니다.
하나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밭을 갈고 씨앗을 심고 거름을 주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벌레를 잡아야 합니다. 사람이 저마다 심고 가꾸는 대로 거둔다는 것은 하나의 진리입니다. “콩을 심으면 콩을 거두고 팥을 심으면 팥을 거두게 됩니다.” 그렇다면, 적게 심고 많이 거두려 하거나 심지도 않고 수확만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봄에 씨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는 법입니다.
우리 신앙생활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 뿌려진 말씀의 씨를 정성껏 가꾸는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결코 우리의 신앙이 성장할 수 없습니다.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 신앙, 투자하지 않고 희생하지 않는 신앙생활, 편안한 방법으로 영적성장을 기대하거나 하느님을 체험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어리석고 안일한 신앙생활입니다. 시편은 노래합니다.“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 환호하며 거두리라.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이 곡식 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시편126). 우리의 희생과 헌신을 통해 더 큰 기쁨을 간직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예수님께서 어떤 씨앗보다도 작은 겨자씨가 자라나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마르4,32).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하느님께서 인간이 거처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얼마나 큰 은혜고 기쁨입니까?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겨자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말씀의 겨자씨가 되어 주위에서 모든 것들, 모든 사람이 와서 깃들일 수 있도록 크게 자라야 합니다. 내가 영적으로 자라지 않으면 내 주위의 누구도 그 품에 와서 쉴 수가 없습니다. 가장으로, 부모로, 자녀로서, 스승으로, 제자로, 각자의 있어야 할 자리에서 큰 품의 소유자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공동체가 사랑에 굶주린 사람들, 힘들고 지친 사람들, 여러 이유로 외롭게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평화로이 쉴 수 있는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한 주간 내 안에 뿌려진 말씀의 씨앗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그 씨앗이 아주 작다 하더라도 잘 가꾸어 그 말씀이 나를 점점 더 영적으로 성장 시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침내 큰 나무 되어 모든이의 쉼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큰 가지를 뻗을 수 있을 만큼 자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때를 기다리며 인내로 가꾸어야 합니다. 나의 연약함을 하느님의 섭리에 맡겨 드리며 힘을 얻길 기도합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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