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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의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기념(연중 제11주간 금요일): 마태오 6, 19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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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승 쪽지 캡슐 작성일2024-06-20 조회수144 추천수3 반대(0) 신고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 (6,20)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안경을 쓰기 전에는 가끔 길을 걷다가 동네 어르신들을 얼른 알아 뵙지 못하고,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지나칠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력이 약한 탓으로, 본의 아니게 예의가 없는 아이로 오해받았던 기억도 있을 만큼 어려서부터 시력이 좋지 않았습니다. 눈에 관한 또 다른 기억은 늘 제 엄마는 제게 말했죠. ‘너는 눈이 예쁘다고!’ 저는 압니다. 제 얼굴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눈이라는 사실을. 그런 제 눈이 나이 들어오면서 사람-사물-사건을 뚜렷하게 보지 못한 채 살아오다가 백내장 시술 후에야 비로소 다시 세상을 밝게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때론 만나는 사람의 눈을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때론 정말이지 그 사람의 눈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읽을 수가 있습니다. 이 말은 저를 만나는 사람도 저의 눈을 보면 저의 눈을 통해서 제 마음 상태를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내 마음이 무엇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제 마음의 등불인 눈의 색깔도 다르게 비춰줄 것이며, 그 빛에 의해서 다른 사람을 잘 인도할 수도 있고, 걸려 넘어지게 할 수 있음을 기억합니다. 여러분의 눈은 몸의 등불처럼 훤히 빛나고 있나요. 당신의 눈이 맑으면 하느님을 볼 것입니다. 세상 것이 아닌 우리 마음의 시선을 올곧고 순수하게 주님께만 고정한다면, 하느님을 우리는 일상에서 보게 될 것이고, 하느님을 보는 그 자체가 행복이며 보물이라고 믿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눈이 곧 몸의 등불이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흔히 ‘눈은 마음의 창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눈은 외부를 볼 수 있는 동시에 외부에서 눈을 통해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과 같습니다. 그러기에 눈이 맑으면 마음 역시 맑고 투명하리라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육적인 눈의 상태를 통해서 내적인 영적 눈이 맑고 투명한 시선을 가져라, 는 말씀으로 들려옵니다. 산상수훈에서 예수님은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마태5,8)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마음이 깨끗하다는 뜻은 곧 올바른 마음의 지향을 의미합니다. 죄의 유무에 연관 지어 말씀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깨끗하지 않은 마음이란 곧 빗나간 마음, 비뚤어진 마음입니다. 세상의 사물, 사건이나 사람을 볼 때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올곧게 바라보는 것이 곧 깨끗한 마음입니다. 흔히 표현하는 것처럼 돼지 눈에는 모든 것이 돼지로 보이지만 부처 눈에는 모든 것이 다 부처로 보인다고 하잖아요. 

예수님의 위 말씀은 사실, 하늘과 땅에 상관없이 재물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 찬 사람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일뿐더러 받아들일 수 없는 말씀일 것입니다. 주님의 눈과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모든 것이 다 이해되리라 봅니다. 왜냐하면 삶을 살아오면서 자신을 위하여 그토록 재물을 땅에 쌓아 두었지만, 세상 떠날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는 게 인생임을 뒤늦게 깨닫잖아요. 사라지는 것, 없어지는 것에 목숨 걸지 말고 하늘에 보물을 쌓아 두어라, 고 경고하십니다. 여기서 예수님께서 언급하신 보물을 지상적인 귀한 것, 좋은 것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보다, 당신이 보여 주신 참된 인간 삶의 태도인 진복을 의미한다고 보면 훨씬 이해가 쉬우리라 생각됩니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의 필요를 아시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의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복도 불행도 결정된다고 봅니다. 진복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것이 곧 그리스도인 삶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보물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삶의 가치를 최우선인 나의 삶의 보물로 여기고 살아간다면 그런 삶의 결실이야말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 두는 것일 것입니다. 여기서 말한 하늘이란 우리 마음을 가리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보물인 참된 행복은 땅이 아닌 우리 마음속에 쌓아야 합니다. 보물을 마음에 쌓아 두는 그런 사람의 보물은 진정으로 “좀도 녹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오지도 못하며 훔쳐 가지도 못할 것입니다.”(6,20)

우리 삶의 참된 보물과 같은 진복의 가르침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릴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간직하고 그것을 하나하나 실천하는 것이 곧 하늘에 보물을 쌓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마음에서 솟아나는 등불은 단순하고 소박하며, 자비롭고, 온유하고, 깨끗하고 평화롭고 의로운 빛을 비추지 않을까 싶네요. 과연 나는 내 마음속에 어떤 보물을 쌓아 두고 있는가? 내 눈에는 어떤 등불이 켜져 있는가, 라고 묻는 하루가 되고, 마음 살피기를 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사람-사물-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면, 우리가 바라보는 사람-사물-사건이 달리 보일 것입니다.“‘주님, 제 눈을 맑게 해주시고 제 온몸이 환히 빛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제 마음을 깨끗하게 해 주십시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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