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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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6-24 | 조회수142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루카 1,57-66.80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어릴 때에는 생일이 되면 다른 이들에게 축하를 받을 생각을 먼저 합니다. 특히 부모님이나 가족, 친한 친구처럼 가까운 이들로부터 원하는 선물을 얼마나 받는가 하는 것이 그 해 생일이 얼마나 의미있고 기쁜지를 결정하는 척도라고 여기지요. 그만큼 철이 없고 자기만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나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라는 존재가 혼자 태어나서 홀로 살아가는게 아님을 깨닫게 되고,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시고 살게 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생일 날 아침에 부모님께 드리는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입니다. 평소에는 부끄러워서 잘 표현하지 못하지만, 일 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내가 세상에 태어난 그 기쁘고 중요한 날만이라도 나를 존재하게 해주신 분들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리스도 신앙인이라면 탄생과 존재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부모님 선에서 끝내서는 안되겠지요. 부모님이 그 부모님의 부모님이, 더 나아가 온 세상과 인류 전체가 존재하게 해주신 하느님, 우리가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섭리하시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바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이 바로 그렇게 하는 날입니다. 오늘의 전례명칭은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이지만, 성 요한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날이 아니라, 그 요한이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그리고 그에게 특별한 소명을 맡겨 당신 뜻에 따라 걷게 하신 놀라운 섭리와 신비를 찬양하고 경축하는 겁니다. 즉 오늘의 주인공은 요한 세례자가 아니라 바로 하느님이신 것이지요. 하느님께서 요한에게 일으켜주신 ‘생명의 기적’은 그에게 친히 이름을 부여하신 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요한’은 ‘자비로우신 주님’이라는 뜻의 성서 속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지요. 또한 ‘하느님의 은혜’라는 뜻도 있습니다. 즉 하느님께서 그에게 ‘요한’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심으로써 그의 존재와 정체성, 그리고 소명까지 그분 뜻에 따라 확립된 겁니다. 사실 요한은 자비로우신 하느님이 아니었다면, 그분께서 베푸신 은총이 없었다면 세상에 태어날 수도 없었습니다. 그의 어머니 엘리사벳은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었고, 그의 아버지 즈카르야도 생명을 잉태하게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그런 인간적인 부족함과 한계를 무한히 넘어서는 큰 은총을 베풀어 주셨기에 요한은 기적적으로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요한의 부모는 아기에게 ‘요한’이라는 이름 외에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없었습니다. 재물과 권력에 대한 욕심에 눈이 멀어 아이에게 ‘즈카르야’라는 이름을 붙였다가는 아기의 존재 자체를, 더 나아가 그 아이가 존재하게 만드신 하느님의 존재와 능력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족 친지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의혹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요한이라는 이름을 사수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들의 눈물겨운 순명 덕분에 요한은 자기 이름이 뜻하는대로 하느님의 크신 자비 속에서 살아가며 그분께서 베푸시는 은총을 충만히 받아 누리게 됩니다. 그런 점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의 신원과 사명은 결코 그분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그분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해도, 아무리 세상의 것들을 쫓아도 결국엔 하느님 뜻과 계획대로 살게 되지요. 그러니 ‘즈카르야’라는 세상의 이름에 속박되어 그것이 주는 유한하고 일시적인 기쁨으로 만족하려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이름을 마음에 새기고 그분께서 그 이름을 통해 나에게 어떤 소명을 맡기고자 하시는지 그 뜻을 헤아리며 따라야겠습니다. 그럴 때 우리를 보살피시는 주님 손길 안에서 하루 하루 참된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을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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